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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LG화학 분할 반대..."신산업까지 발목" 재계 반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무위 열어 반대 의결

LG화학 "세계 최고 기업 육성 위해 적극 소통하겠다"

전북 전주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전북 전주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LG화학(051910) 2대 주주(10.4%)인 국민연금이 이 회사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계획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찬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결정이다. 회사 주주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미래 신산업을 위한 결정에도 발목을 잡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2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LG화학 분할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분할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이번 반대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뒤집는 조치다. 세계 최대 주식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이 이에 앞서 모두 찬성권고 의견을 낸 바 있다. 국민연금 측은 이와 관련해 “분할계획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분가치 희석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3시부터 열린 전문위 회의는 참석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며 3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인 끝에 반대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지분을 10% 넘게 가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국내외 대다수 자산운용사는 자문사의 권고에 따라 찬성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지만 ㈜LG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0.06%로 절대적이지는 않다. 또 국내 기관 및 소액주주 비율은 19%로 무시할 수 없는데다 외국인 주주도 40%에 달한다. 표심을 얻지 못하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LG화학은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데 국민연금에서 반대 의견을 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임시주총에서 안건을 의결한 뒤 다음달 1일 분할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한편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15일 분할안 발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주식을 대거 내다 팔면서 76만원대에 달하던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성장동력까지 발목잡은 국민연금...국내기업 사업재편 ‘원점’ 검토할 판

“단기적 이익 매몰돼 장기계획 외면”…“사채 발행해 조달하라는 꼴” 반발도




LG화학 분할 계획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사업 재편 방안을 고민하고 있던 대기업들의 경영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대다수 기업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리를 앞세워 기업 경영계획에 사사건건 간섭할 경우 국내 기업의 장점이었던 신속한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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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가 27일 격론 끝에 제시한 반대 근거는 ‘주주 가치 훼손’이다.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에게는 유리하지만 정보 접근성 등에 한계를 가진 일반주주들로서는 결국 지분 가치 희석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단기적 이익에만 매몰 돼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회사 가치를 키우기 위한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물적분할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은 이날 국민연금 결정에 앞서 ‘찬성’ 의견을 권고하면서 물적분할 이후 신규 투자자금을 유치하면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 성장 동력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낸 바 있다. LG화학의 연간 투자 추이를 보면 지난 2017년 2조4,000억원에서 2018년 4조3,000억원,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외부 자금 투입 없이는 경기 충격 등을 버텨내기 어려운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주구성이 복잡한 인적분할보다 물적분할이 투자 유치에 유리한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물적 분할을 통한 기업공개(IPO)는 추진하지 말고 외부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으로만 투자금을 조달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11.10%), 현대자동차(11.52%) 등 주요 기업의 국민연금 지분율도 나란히 10%를 넘기고 있어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자칫 기업들의 분할 결정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떠나 국가 대계(大計) 사업에 국민의 돈을 받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게 옳으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LG그룹은 물론 국가 차원의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수주 잔고는 약 150조원으로 이를 완성차 업체들에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과 감안하면 정 반대의 처지에 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할안 자체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LG화학의 주주구성을 보면 국민연금과 순수 국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합산 약 20% 수준에 불과해 ‘대세’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등에서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며 투자자 보호가 중요 가치로 떠오르자 국민연금이 부화뇌동 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보다는 지금 당장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에 휩쓸린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서일범·한재영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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