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에 이어 석탄발전까지 핵심 발전원을 ‘친환경 발전원’으로 대체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석탄 발전량을 제한하는 총량제를 도입해 2030년까지 전체 발전에서 석탄의 비중을 30% 아래로 낮출 방침이다. 탈석탄발전이 빨라지며 높아지는 발전원가에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총량제를 내년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환경부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 발전부문에 허용된 배출허용 총량(1억9,300만톤)을 넘지 않기 위해 석탄발전 가동을 제한하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때 석탄발전소는 LNG발전소보다 평균 2.3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산업부는 전체 석탄발전소의 발전 총량을 월별로 제한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감축한 석탄발전소의 발전분을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이 많은 노후 석탄발전소의 발전분을 후순위로 밀어내 사업자가 친환경 설비를 확대 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산업부는 또 석탄발전 사업자에게 발전량 감축을 강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되, 법제화 전까지는 사업자와 자율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발전량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량제는 환경부가 석탄발전 감축을 위해 앞서 내놓은 배출권 통제 방식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환경부는 지난달 0.88인 석탄발전 배출계수를 2023년 0.7로 축소한다고 발표 바 있다. 발전소별 무상 배출권 할당량은 과거 발전량 실적에 배출계수를 곱해 산정하는데, 석탄발전소에 대한 무상할당 몫을 축소해 석탄발전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돈을 주고 확보할 수 있는 배출권 가격이 낮아지면 석탄발전 감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들쭉날쭉한데다 유가가 급등하면 LNG발전가격이 높아져 석탄발전을 줄일 유인이 사라진다”며 “석탄발전 총량을 제한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석탄발전 총량제 도입으로 2030년이면 전체 발전량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8%까지 감소할 것으로 산업부는 보고 있다. 현재보다 10%p가량 줄어든 수치다. 발전비중 1%가 1GW수준임을 고려하면 대형 석탄발전 10기가 가동을 멈추는 셈이다. 맞물려 LNG발전 비중은 2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원 비중을 조정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나 발전 비용 상승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kwh당 정산단가는 LNG발전이 126.8원으로 석탄(90.1원)보다 40%이상 비싸다. 특히 LNG가격은 유가에 연동되는 만큼 유가가 반등하면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 다만 배출권 가격 조정으로 석탄발전과 LNG발전 가격 차이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용 상승을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발전 비용이 늘어나면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탄소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