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바이든 시대 저환율은 숙명, 완성형 내수대책 나와야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내려앉고 있다. 환율은 9일 개장 직후 달러당 1,120원이 무너지더니 6원50전 급락해 1,113원90전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절상 흐름에 바이든 집권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적자 확대로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자 원화 강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저환율 기조는 갈수록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2016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환시장 개입을 놓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다자주의 무역체제를 옹호하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보호무역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 점으로 볼 때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자릿수 환율 시대까지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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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 경제체질이 저환율 체제를 흡수할 만큼 튼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수출은 반도체가 선전한 덕에 나름 선방해왔다. 하지만 환경은 돌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인수위는 경제정책 1순위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적시했다. 우리 제조업체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라는 압력을 거세게 받을 것이다. 하필 이런 상황에 수출현장에서는 해상운임이 10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수출할 배를 구하지 못하는 해운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시대의 출범은 우리에게 경제정책의 중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맞물려 수출 감소를 만회할 내수 부양책이 절실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정부와 여당은 내수의 중요성을 외치면서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촉진할 규제 완화책과 서비스업발전법 등을 대부분 국회 서랍에 뭉갰다. 정부는 바이든 시대를 맞아 제대로 된 내수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신산업이 움트게 하고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 등 모든 방책을 꺼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을 중시하지만 우방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도와줄 리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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