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자신에게 닥칠 여러 법적 처분을 피하기 위해 ‘셀프 사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말기에 측근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사면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사면권은 대통령이 가진 가장 광범위한 권한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이나 측근에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가족 구성원을 포함해 이너서클을 사면하는 것은 합법”이라며 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코카인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친형 로저를 사면한 사실을 재조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탈세 혐의로 해외 도피한 민주당 기부자 마크 리치 등 450여 명도 사면했다.
다만 사면권은 연방 범죄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로이터는 뉴욕주 맨해튼 지방검찰이 수사 중인 트럼프 측근들은 사면권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면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를 비롯한 금융 의혹과 성추문 등이 연관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수사는 주로 연방 검찰보다는 지방 검찰이 진행중이다. 트럼프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우크라이나 로비 의혹과 측근들의 선거자금 법 위반 혐의는 연방 검찰이 수사 중이다. 뉴욕주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을 수사했으며 추가로 탈세, 보험사기, 은행 거래 등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사면’이 가능한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명확한 답변은 없다”면서도 많은 전문가는 아무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돼선 안 된다는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점을 들어 셀프 사면은 위헌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사면은 기소된 사람에게 적용되지만, 법적 절차에 따른 결과가 나오지 않은 행위도 포함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기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면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면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미 법무부는 1974년 검토 문건에서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할 수는 없지만, 일시 사임하고 부통령이 사면을 한 뒤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방안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사면에 성공하더라도 어려움은 여전히 남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법무부는 트럼프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민주당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수사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과 함께 연방 범죄 기소 면책 특권을 잃는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징역 3년을 받은 선거자금법 위반 수사를 다시 살리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2016년 ‘러시아 스캔들’ 사건 수사에서 밝힌 사법 방해 사례를 재조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