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9개월 만에 100조원이나 불어나며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법인세수는 급격히 떨어진 반면 4차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리며 나라 살림은 사상최악인 108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입여건이 회복되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갈 방침이어서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9월까지 총수입은 35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반해 총지출은 1년 전보다 48조8,000억원 증가한 43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8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재정수준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57조원의 두 배 수준인 108조4,000억원에 달했다. 매달 역대 최대수준이다. ‘악어의 입’ 구조와 같이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쓸 곳은 계속 늘어나며 ‘적자 나라 살림’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세수입. 214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4,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세목별로 보면 기업 실적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법인세가 15조8,000억원 줄어든 50조원, 부가가치세가 4조3,000억원 줄어든 4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가장 비중이 높은 소득세가 65조1,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연간 국세수입 목표치 대비 실제 징수액 비중인 국세진도율은 76.8%로 지난해(77.7%)보다 0.9%포인트 낮았다. 이로 인해 정부가 3차 추경을 통해 세수부족분을 메우는 11조4,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했음에도 올해 세수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고소득·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부자 증세를 강행하고 있음에도 세입여건은 당분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이 심화할 경우 기업에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고 고용 충격과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 소득세마저 흔들릴 수 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을 필두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교수진으로 구성된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은 코로나19 사태가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그리고 개별소비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세수 전망을 내놓았다. 지원단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 법인 영업 실적이 부진하면 오는 2021년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영업 실적이 반등하지 않는 이상 2021년 이후 법인 세수 회복세가 느릴 가능성이 높고 전체 국세 수입 회복세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올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에 이어 4차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초등학생 이하 가구 아이돌봄 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지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699조원이었던 국가채무(중앙정부채무)는 800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8조6,000억원,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이번 정기국회 처리가 만만치 않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안 그래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으로 앞으로 한동안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득세의 경우도 원래 기본적 임금 인상률 때문에 늘어나는 게 정상이지만, 법인 소득이 줄어들고 고용 총계도 변한다면 이마저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