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당한 강제 병합은 그야말로 역사상 보지 못하던 초유의 비극. 순국하신 선열 여러분을 꿈에도 잊지 못하나이다.”
17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 정인보 선생의 추념문이 낭독됐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서대문독립공원 순국선열추념탑에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을 전후로 많은 애국지사가 순국해 11월 17일로 정했다.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보훈처가 기념식을 주관하고 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정인보 선생의 추념문이 낭독됐다. 보훈처는 “매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주빈들의 자체 추념사는 있었다”며 “하지만 정인보 선생의 추념문이 정부 기념식에서 낭독된 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낭독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대신했다.
당시 작성된 추념문은 국권 상실의 참담함과 이를 딛고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되돌아오지 못한 순국선열들을 생각하며 그 의기를 본받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1928년 경남 마산 호신학교의 동맹휴학을 주도하다가 체포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고(故) 나영철 선생 유족이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는 등 128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또 일제강점기 시절 ‘중앙고보 5인 독서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고(故) 이기을 연세대 명예교수도 독립유공자로 이번에 인정받아 유족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교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아버지다.
기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유족, 정부 주요 인사, 시민, 학생 등 100여 명 정도로 참석이 제한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국민이 이 땅에 태어나서 인생을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삶이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국민의 나라를 다 함께 만들어 가자”며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고 헌신하신 선열을 기억하고 역사에 기록하는 것은 우리 후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서로 연대하고 힘을 합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극복하고 후손들에게 ‘더 나은, 더 안정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한다”며 “국민들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내겠다는 대아(大我)의 길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