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저소득층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커, 정부의 재정지원만으로 소득분배 악화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3·4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직후인 19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소득분배 악화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실제 올 3·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8배로 전년 동기 대비 0.22배포인트 높아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소득 하위 20%)와 5분위(소득 상위20%) 간의 소득을 대비한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분배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홍 경제부총리가 석 달 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직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경제위기=양극화 심화’라는 과거 공식이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다. 앞서 올 2·4분기에는 5분위 배율이 4.23배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35배포인트 낮아지며 소득 불평도가 개선되는 듯 보이기도 했다.
3·4분기 가계동향에서 주목되는 것은 처분가능소득에서 공적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정부 지원금을 제외할 경우 소득불평도가 한층 심해졌다는 데 있다. 실제 전체 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올 3·4분기 5분위 배율은 8.24배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4배포인트 높다. 정부 보조금이 없었다면 하위 20%와 상위 20% 간의 소득 격차가 8배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분위별 소득지표를 살펴보면 이 같은 소득 양극화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핵심지표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1분위의 올 3·4분기 월 근로소득은 55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어든 반면 5분위의 근로소득은 743만8,000원으로 0.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저소득층의 취업난이 심각한 반면 전문직 종사자 등이 많은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덜 겪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업이나 주택 임대 등을 통한 사업소득은 격차가 더욱 컸다. 코로나19 등으로 자영업자 도산이 줄을 잇는 가운데 1분위 사업소득은 8.1% 줄어든 반면 5분위 사업소득은 5.4%로 되레 늘었다.
4차 추경 등으로 마련된 정부 지원금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아동특별돌봄지원금 등으로 가구 수가 많은 5분위에 상대적으로 많이 제공됐다.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58만5,000원으로 15.8% 증가한 반면 5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35만2,000원으로 무려 40.3% 늘었다. 5분위 평균 가구원 수는 3.53명으로 1분위(2.38명) 대비 50%가량 많아 5분위 가구도 정부 지원을 적잖이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소득 5분위의 올 3·4분기 월평균 소득은 1,03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반면 1분위는 163만7,000원으로 1.1% 줄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소상공인새희망자금·긴급고용안정지원금·아동특별돌봄지원 등 9월까지 지급이 이뤄진 정부 지원금이 공적이전소득으로 조사됐으며 가구원 수가 많은 5분위 가구에 관련 지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득 불평등은 향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로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모습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소득 불평도 추세가 가팔라지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는 식의 소득 보전 방식 외에는 불평도 완화 방안이 딱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