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이 철로 위를 달리는 즐거움을 맛본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밑에 깔리는 불운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19세기 미국은 산업이 발전하고 국토를 횡단하는 철로가 건설되는 등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모두가 도시로 도시로 향하는 데 거꾸로 메사추세츠주 콩코드 숲으로 들어가 통나무 집을 짓고 홀로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았던 H.D. 소로우는 그의 저서‘월든’에서 속도 지상주의에 반기를 들며 이같이 경고했다. 소로우는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저소득계층, 빈곤한 노동자의 소외와 고통은 외면당하기 쉽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연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 소로우는 속도로 인한 인간성이 피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문학자 한현숙 박사가 고인돌 2.0 강좌 ‘필환경 시대 문학에서 길을 찾다’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2강 경제발전과 진보신화에 경종을 울리다(1), 3강 경제발전과 진보신화에 경종을 울리다(2), 4강 유토피아를 다시 생각해 보다, 5강 인간 종말에 관한 보고서 등으로 진행된다. 세 번째 강의 경제발전과 진보신화에 경종을 울리다(2)에서 한 박사는 소로우가 ‘월든’에서 자연과의 관계맺기의 소중함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한 박사는 월든을 함께 읽으며 속도경쟁에 내몰린 문명사회의 어두운 면과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갔던 소로우의 삶을 설명한다. “소로우는 자연과 함께 발을 맞춘다는 것은 진실되고 자유로워지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진실됨이란 거짓되지 않은 모습, 자기 본연의 모습이지요. 올빼미, 되강오리는 저마다 삶의 속도가 있어요. 각자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지요. 소로우가 말했듯이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는 데 급급하기보다, 자신이 듣는 북소리의 음율에 맞춰서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어요.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는 자연의 북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스마트폰에 몰입돼 속도에 뒤쳐질까 우려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소로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권했다.
한편 이번 강의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