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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갑상선장애 때문일 수 있다고?

갑상선호르몬 부족한 여성

생리불순·조산·유산 위험↑

남성은 정자 수 감소 가능성

호르몬 과다땐 심부전 유발

임신 후 발병 많아 검사 필수

난임은 생식기관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갑상선장애(기능저하증·항진증) 등 의외의 기저질환이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난임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갑상선장애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갑상선장애가 있는 여성은 임신이 어렵고 조산·사산 위험도 높아진다. 태아에게는 성장부진·신경관 결손 등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남성의 갑상선장애는 남성호르몬 수치 이상과 발기부전, 성욕·정자 수 감소 등을 초래해 난임 위험을 높인다.








0415A27 감상선장애 진료인원 추이


◇지난해 20~30대 남녀 32만여명 갑상선장애로 진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갑상선장애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45만여명. 이 중 첫 임신 가능성이 있는 20~30대 환자는 32만3,000여명(여성 84%, 남성 16%)으로 22%를 차지한다.

갑상선은 목의 앞쪽 중간 부분에 자리 잡은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크기는 4~5㎝ 정도다. 위장의 운동속도와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속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자극호르몬에 의해 일정량 유지되는데 갑상선에 병이 생기거나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기면 과다·과소분비되는 갑상선장애가 발생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자가면역성 만성 갑상선염(하시모토병), 수술·방사성 요오드 치료 등으로 갑상선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 대사속도가 떨어지고 심장·위장 등이 천천히 움직여 땀이 안나고, 추위를 타고, 얼굴·손발이 붓고 피로감·변비·체중증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함께 여성에게는 무월경·생리불순·생리량 증가를, 남성에게는 정자 수와 정액의 질 저하를 유발해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하지 않거나 진단이 늦어지면 심장질환·의식불명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산모의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태아의 뇌신경 발달을 저해하고 조산·저체중·유산 위험도 높인다. 태아의 갑상선은 임신 12~13주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모체로부터 갑상선호르몬을 공급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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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부분 갑상선을 자극하는 항체가 갑상선에 달라붙어 필요 이상으로 호르몬을 만드는 자가면역질환(그레이브스병) 때문에 발생한다.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느라 열이 발생해 땀이 많이 나고 피로를 느끼며 식욕이 왕성해도 체중이 준다. 자율신경이 흥분해 심장이 빨리 뛰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장 운동속도가 빨라져 대변을 자주 보거나 변이 물러진다.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이 늘고 조금만 긴장해도 손발이 떨린다. 환자의 3분의1가량은 눈이 커지고 안구가 앞으로 돌출해 눈꺼풀이 붓고 결막에 충혈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양이 줄며 성욕감퇴 등으로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모라면 합병증으로 심부전 등이 유발되고 태아는 자궁 내 발육부진·조산·사산 등 위험이 높아진다.


여성은 임신 전에는 없던 갑상선장애가 임신 후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신 후 증가하는 임신 호르몬이 갑상선자극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상선 기능은 임신 전 뿐만 아니라 임신 후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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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호르몬제, 임의로 복용 중단하면 심장질환 위험↑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박성운 내과 교수는 “갑상선장애가 있으면 여성은 생리불순 등으로, 남성은 정자의 양과 질 저하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임신하더라도 아기의 뇌 발달과 성장이 뒤처질 수 있다”며 “따라서 아기를 갖기 전에 혈액검사 등을 통해 갑상선 기능을 체크하고 문제가 있으면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정상범위로 조절하는 약물(갑상선호르몬제, 항갑상선제) 복용 등 적절한 치료부터 받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박성운 내과 교수가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차병원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박성운 내과 교수가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차병원


특히 갑상선장애 가족력·과거력이 있거나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1형 당뇨병 등 자가면역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갑상선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여성은 임신 전에는 없던 갑상선장애가 임신 후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임신 후에도 갑상선 기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약물치료 중 임신을 했다고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금물.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변화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경수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의 임신 중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은 매우 안전하다”고 말했다.

갑상선호르몬제를 2~3개월 이상 먹으면 증상이 좋아지고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으면 심장질환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자의적인 치료중단은 피해야 한다. 갑상선을 수술로 제거한 경우 등에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

항진증은 우선 항갑상선제로 치료하고 부작용이 있거나 조절이 안 되면 방사성요오드 치료나 수술(갑상선절제술)을 고려한다. 정윤재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 4~6주 뒤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 2~3개월 뒤에는 거의 모든 증상이 없어지고 체중도 발병 전으로 돌아오며 1~2년가량 약을 먹으면 50~60%는 완치된다”며 “하지만 나머지 환자는 1~2년 안에 재발하므로 갑상선호르몬의 원료이자 항진증을 악화시키는 요오드 섭취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요오드는 다시마·김·미역 등 해초와 조개·새우·생선, 천일염과 천일염을 쓴 간장·젓갈·김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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