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 공수처법·경제3법 단독처리 시도에 野 "입법 독재…필리버스터 할수도"

민주당, '공수처법'·'기업규제3법' 단독 처리 시도

국민의힘, 두 법안에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요청

청와대, '단독 입법 처리'한 여당 손 들어줘

국민의힘, 문 대통령에 "대통령의 돌격 명령" 반발

국민의힘, 여당 입법 독주에 '필리버스터' 예고

7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에 맞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회의실 앞에 집결해 규탄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백혜련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7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에 맞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회의실 앞에 집결해 규탄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백혜련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당, ‘공수처법’·‘기업규제3법’ 단독 처리 시도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 3법’의 단독 입법 처리 수순을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174석 의석 수를 내세우는 거대 여당에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야당과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입법 독재’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비토권(반대권)을 무력화 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 3법 가운데 하나인 상법 개정안의 단독 의결을 시도했다.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소위가 정회된 후 기자들과 만나 “상법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의결하지 못했고, 나머지 법안은 다 의결했다”며 “공수처법은 안건조정위를 신청해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를 구성한 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다.

■ 국민의힘, 두 법안에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요청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1소위에서 두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하면서 단독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건조정위는 위원장과 간사 간 합의하에 구성되고, 조정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조정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조정위에서 처리된 안건은 바로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다만 안건조정위 회부로는 의결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을 뿐 법안 처리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며 ‘입법독재’에 나서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입법 독재를 저질렀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원내대표 협상 과정에서 5·18 특별법이나 추가 법안에 대해 의결하지 않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오면 그때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저희가 기다리는 도중에 5·18 특별법을 수정 의견으로 가결해버렸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역시 “원내대표 간 협상이 민주당의 진심인지 아니면 오늘 소위에서 봤듯 단독 날치기가 진심인지 알 수 없다”며 “오전 내내 양당 원내대표가 만난 게 정치적 쇼잉인지 저희마저도 헷갈리는 상황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원내대표 간 협상은 ‘페이크’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면밀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의 이 같은 강행 움직임에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은 하루도 되지 않아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합의사항 파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은 나중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청와대, ‘단독 입법 처리’한 여당 손 들어줘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여당에 공수처법의 신속한 처리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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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 정기국회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은 남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문 대통령에 “대통령의 돌격 명령” 반발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을 비롯한 개혁입법을 강조하자 야권은 다시 한 번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의 피켓시위가 열리는 국회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법조인 변호사 자격을 갖고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분이, 이런 상황을 두고 보고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십니까”라고 문 대통령에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권력이 제대로 잘해야 퇴임 후가 안전하지, 온갖 기구를 만든다고 잘못이 감춰질 것 같습니까. 국민이 전부 개돼지이고 바보입니까”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 역시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훈수를 둔 모양”이라며 “국회가 거의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움직이는 수족”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소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고 민주당 법사 위원 네 사람이 똑같이 손들고, 가결 방망이를 치고, 이런 상황이 연속된다”며 “공산주의 국가의 자료화면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전쟁 개시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며 “검찰총장 징계와 공수처 입법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VIP 지시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오늘 국회 상황을 똑똑히 보고받았는지 의심스럽다”며 “이제 공수처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도 무관하게 민주당 ‘공수처 막가파’의 폭주기관차가 된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소불위 ‘게슈타포 공포수사처’는 국민적 저항과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와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와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여당 입법 독주에 ‘필리버스터’ 예고

국민의힘은 결국 오는 9일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처장 후보 추천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게 골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를 물색할 동안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안 지키고, 저쪽(민주당)이 배신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심의되는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항의 농성 중이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할 경우 국회 본회의장 앞(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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