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이전 1단계로 세종시에 소재한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원회(교육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정무위·기획재정위·행정안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전을 공식화했다. 대신 서울을 ‘글로벌 경제 금융 수도’로 육성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추진단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 법령인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조속히 추진해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와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일부도 이전 대상이다. 다만 청와대 이전 문제는 현시점에서 여건이 성숙 되지 않아 일단 이번 논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추진단은 국민 여론 수렴과 여야 합의를 위한 국회 균형발전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국회 세종시 이전에 따라 서울은 글로벌 경제 금융 수도로 육성하기로 했다. 서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창업 클러스터로, 동여의도는 홍콩을 대체할 동북아 금융 허브로 각각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국회의사당의 세종시 이전 카드를 꺼낸 것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대신 여의도 의사당 부지를 포함한 여의도 개발안 등을 내놓으면서 서울 지역과 충청권 민심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의도-상암-마곡-창동을 엮는 ‘글로벌 경제 금융 수도’ 제안은 낙후된 강북 지역의 개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당을 옮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서울 지역 민심 이반을 개발 공약으로 덮어 버리며 오히려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당장 서울 여의도 일대는 고도 제한이 풀려 재건축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대선·지선까지 영향 불가피
특위 실패시..세종의사당 근거법도 입법독주 가능
특위 설치가 실패할 경우 174석의 거대 여당이 다시 입법 폭주를 통해 세종의사당 근거법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빈’ 국회의사당 부지를 활용하고 메가시티를 구체화시킬 예정이다. 우원식 의원은 “국회는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위치이기 때문에 방향성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동여의도에) 금융과 (국회의사당에) 4차 산업혁명이 만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세종의사당 단계적 추진으로 결국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후년 대선까지 의제 선점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지역 개발로 내세운 ‘여의도-상암-마곡-창동’ 벨트는 강남 대 비강남 프레임을 구축해 서울시장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면 과제인 부동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선거용 공약에 그칠 경우 오히려 부동산 문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며 “세종의사당을 비롯한 전 국토를 대상화한 개발 공약이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