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의 채무불이행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국은행이 중국 내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통제력을 감안하면 대규모 금융 불안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중국 화천그룹을 시작으로 융청석탄전력·칭화유니그룹 등 25건의 국유기업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13일 밝혔다. BMW 중국 내 합작 파트너로 알려진 화천그룹은 지난 10월 10억 위안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반도체 설계 업체인 칭화유니그룹도 지난달 16일 13억 위안의 채무불이행을 냈다. 잇따른 국유기업의 채무불이행에 지난달에만 1,004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취소·연기되는 등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자 위기 대응 과정에서 과잉 공급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부실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중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51.3%에서 올해 3·4분기 164%로 급등했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6일 통화정책보고서를 통해 물을 대량으로 쏟아붓는다는 의미를 가진 “‘대수만관(大水漫灌)’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 조절을 시사했다.
당분간 경쟁력이 낮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디폴트 사태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대규모 금융 불안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유기업 중심의 디폴트 사태가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3조 7,300억 위안으로 올해(2조 6,200억 위안)보다 크게 확대되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상황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