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2019→2021→2024’ 늦어진 애플의 꿈…대량 생산·실제 수익까진 갈 길 멀어

복잡한 부품 공급망 확보 과제

안전 등 고려할 요소 적지 않아

차세대 배터리 확보도 핵심 사안

테슬라도 흑자 내는 데 17년 걸려

연간 10만대 생산해야 이익 가능

미국 뉴욕 애플 매장의 애플 로고/로이터연합뉴스미국 뉴욕 애플 매장의 애플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5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카’ 혹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이름을 딴 ‘아이카(iCar)’ 구상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애플은 2014년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5년 5월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제프 윌리엄스는 애플이 갖고 있는 현금 1,780억달러(약 197조원)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야말로 최고의 모바일 기기”라고 답했다. 애플의 미래사업에 자동차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카’는 곧 벽에 부딪혔다. 그해 말 프로젝트의 무게중심을 전기차와 자율차 중에서 어디에 두느냐를 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고 프로젝트 총괄이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20명과 하드웨어 인력 수백명이 애플을 떠났다. 2019년이던 초기 생산 계획도 자연스레 2021년으로 밀렸다.

조직 축소는 계속됐다. 2019년 1월에는 자율차 부문에서만 200명을 정리해고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플이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만든다는 기존 목표를 수정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드라이브닷에이아이를 인수한 데 이어 부드러운 승차감을 낼 수 있는 완전 자동 서스펜션 스템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대만의 TSMC와 자율주행차 탑재용 칩을 공동개발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애플이 자율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이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2024년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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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스마트폰과 자동차 생산은 크게 다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수는 3만여개로 전기차 역시 1만여개에 달한다. 복잡한 부품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하느냐가 1차 관건이라는 얘기다.

안전 이슈도 풀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이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안전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해야만 한다.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와는 또 다른 도전과제인 셈이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로 방향을 정한 만큼 차세대 배터리 개발 성공 여부도 핵심이다. 전기차의 경우 높은 차량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값이 싸면서 주행거리가 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9월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차세대 배터리 관련 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배터리 개선에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대량 생산 여부도 중요하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한 해에 수백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전세계 판매량은 50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차량 사업에서 이익을 내려면 연간 10만대 이상을 생산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테슬라만 해도 차량 제조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17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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