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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심장 승모·대동맥판막 동시 시술 국내 첫 성공

서울성모병원 장기육·정해억 교수팀

판막 온전히 닫히거나 열리지 않아

심한 호흡곤란 증세 77세 할머니에

인공판막 스텐트 시술…5일만에 퇴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팀이 국내 처음으로 고장난 심장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을 혈관을 통해 밀어넣은 인공판막 구조물로 대체하는 시술에 국내 첫 성공했다.

심장 판막이 노화하면 칼슘이 쌓여 석회화가 진행된다. 이런 변성이 수년~수십년 간 지속되면 밸브 역할을 하는 판막 소엽(小葉)들이 두껍고 딱딱해지거나 서로 들러붙어 충분히 열리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혈액이 충분히 흘러나가지 못하거나 역류하면 심한 호흡곤란·흉통 등을 겪게 된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장기육·정해억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에 이런 문제가 생긴 박모(77) 할머니에게 혈관을 통해 서로 다른 방법으로 2종의 인공판막 구조물을 이식하는 시술에 성공했다. 박 할머니는 상태가 호전돼 5일만에 건강하게 걸어서 퇴원했다.

국내 처음으로 인공 승모판막·대동맥판막 스텐트 동시이식 시술에 성공한 장기육(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시술을 받은 박모(77) 할머니 부부, 정해억 교수가 박 할머니 퇴원 전 찍은 기념사진. /사진제공=서울성모병운국내 처음으로 인공 승모판막·대동맥판막 스텐트 동시이식 시술에 성공한 장기육(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시술을 받은 박모(77) 할머니 부부, 정해억 교수가 박 할머니 퇴원 전 찍은 기념사진. /사진제공=서울성모병운


박 할머니는 10년 전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승모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협착증이 심해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받았다. 환자의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기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상태에서 가슴 피부와 가슴뼈 등을 절개하고 이뤄지는 대수술이다.


그런데 최근 심한 호흡곤란 등으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 수술로 넣어준 인공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폐쇄부전) 혈액이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역류했다. 이로 인해 저산소증·심한 호흡곤란을 동반한 폐부종, 폐를 둘러싼 두 겹의 가슴막(늑막) 사이에 액체가 고여 있었다. 게다가 좌심실에서 내뿜은 혈액이 온몸으로 나가는 출구에 있는 대동맥판막도 석회화가 진행돼 제대로 열리지 않는 협착증이 심했다. 좌심실이 혈액을 내뿜을 때 판막 소엽이 10~20도(정상 판막은 80~90도) 정도만 펼쳐지면 혈액이 양껏 흘러나가지 못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고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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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동맥을 통해 인공 대동맥판막 스텐트를 삽입·고정하는 시술(TAVI) 직후 대퇴정맥→우심방→심방중격(좌우 심방 사이의 벽)에 뚫은 구멍으로 접힌 상태의 인공 승모판막 스텐트를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 고정하는 시술(TMVR) 과정을 찍은 X선 영상. 스텐트 주변에 있는 2개의 타원형 물체는 10년 전 수술 때 절개했던 가슴뼈를 봉합하기 위해 묶어준 와이어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대퇴동맥을 통해 인공 대동맥판막 스텐트를 삽입·고정하는 시술(TAVI) 직후 대퇴정맥→우심방→심방중격(좌우 심방 사이의 벽)에 뚫은 구멍으로 접힌 상태의 인공 승모판막 스텐트를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 고정하는 시술(TMVR) 과정을 찍은 X선 영상. 스텐트 주변에 있는 2개의 타원형 물체는 10년 전 수술 때 절개했던 가슴뼈를 봉합하기 위해 묶어준 와이어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하지만 박 할머니는 고령이고 쇠약해 재수술을 하는 건 매우 위험했다. 그래서 장 교수팀은 두 가지 시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하나는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접힌 상태의 인공 대동맥판막 스텐트를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 고정시키는 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꽤 흔하게 이뤄지는 시술로 수면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시술하고 흉통·호흡곤란이 곧바로 사라지는 게 장점이다. 시술 당일 식사할 수 있고 평균 3일 뒤 퇴원할 수 있다. 수술부담이 큰 고령환자에게 유용하다.

장 교수는 “TAVI 시술 환자의 20~30%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어 심근경색 등 예방을 위해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까지 동시에 진행한다”며 “수술 부담이 큰 75세 이상 노인은 TAVI를, 70세 이하 환자는 수술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고 70~75세 환자는 본인의 선호도와 당뇨병·고혈압 같은 지병 등을 고려해 시술 또는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대퇴정맥을 통해 접힌 상태의 인공 승모판막 스텐트를 우심방까지 밀어넣은 뒤 좌우 심방 사이의 벽(심방중격)에 작은 구멍을 뚫어 고장난 승모판막에 접근, 풍선과 인공판막이 달린 스텐트를 펼쳐 고정시키는 TMVR(Transcatheter Mitral Valve-in-valve Replacement, 경피적 승모판막치환술). 난이도가 높은 최신 치료법인데 장 교수팀은 두 차례 TMVR 성공 경험이 있었다. 박 할머니 시술 성공으로 장 교수팀은 국내 시술 성공 사례 6건 중 반을 담당했다. 나머지 3건은 고려대 안암병원(2건)과 서울아산병원(1건)에서 시행됐다. 심방중격에 낸 구멍은 우심방보다 약간 높은 좌심방의 압력에 의해 저절로 메워진다.

장 교수는 “고령화로 심장 수술이 어려운 심장질환자가 늘고 있다”며 “TAVI와 TMVR 처럼 수술보다 안전한 시술로 새로운 삶을 다시 영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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