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茶(차)는 타인과 소통하는 '섬김의 리더십'이죠"

베이징대 1호 한국인 교수 김종미 it茶 대표

차는 역사적으로 지식인의 벗

마시며 대화하면 공감대 넓어져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치유 효과

세대간 연결 위해 'it茶' 창업해

차 전문가인 김종미 박사가 28일 고양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 차를 마시면 치유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양=이호재기자차 전문가인 김종미 박사가 28일 고양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 차를 마시면 치유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양=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치고 우울한 일상에 차 문화를 즐기면 치유 효과가 있어요. 가정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나 간부들이 직원들에게 차를 따라주며 회의를 하면 공감대가 넓어지고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중국 베이징대 한국인 1호 교수 출신인 김종미(57·사진) ‘it茶(잇다)’ 대표는 28일 경기도 고양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다 같이 힘든 상황인데 매일 차를 마시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이화여대 중문학 학사, 서울대 중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중 수교 이듬해인 지난 1993년에 베이징대 중어중문학과 비교문화연구소 박사후과정(포닥)을 밟고 1994부터 베이징대 조선어과(현재 한국어과)에서 한국인 1호 교수를 했다. 귀국 후 모교인 이대 외국어교육대학원에 베이징대 석사 복수 학위 과정을 개설해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일찍이 중국에 유학하며 윈난성·푸젠성 등 고원지대 천연 원시림으로 된 다원을 많이 찾았다. 그때 차가 심적 안정도 주고, 면역력도 높이고, 항노화·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며 “이제는 차 문화를 전파하며 디지털 사회에서 자연과 사람, 현세대와 후세대를 잇고 연결하기 위해 ‘it茶’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인스턴트 음식과 지나치게 달거나 인공적인 음료에 길들여져서 본연의 자연스러운 입맛을 잃은 상황에서 차를 마시면 몸의 독소를 제거하고 본연의 입맛을 회복하는 효과도 발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매일 저녁 따뜻하게 샤워한 뒤 가족이 둘러앉아 백차·우롱차·보이차 등을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피로를 푼다”며 “요즘 소리 등 오감에 의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 유행하는데 눈을 감고 차 따르는 소리에 젖거나 향기를 음미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감이 밀려온다”고 전했다. 이어 “차를 마시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며 깊은 얘기를 나누게 된다. 머리도 맑아져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게 된다”며 “CEO 등 각계 지도자들이 꼭 차 문화를 즐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마시는 차는 신의 경지이고 둘 이상 마시는 차는 즐거운데 리더가 차를 우려 상대방에게 정성을 다해 귀하게 대접하는 가운데 섬김의 리더십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차를 마실 때는 발효도와 향이 낮은 것에서 강한 순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우선 백차를 마시는데 500년 수령 차나무의 첫 싹을 따 바로 말린 대백호은침을 마시면 마음이 고요해진다”며 “차에 집중하면 갖가지 향이 느껴지는데 피부도 좋아지고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롱차의 일종인 봉황단총을 마시는데 맑은 꽃향기와 과일 향기가 터져 나와 천연 원시림의 꽃밭 속으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이라며 “다음 정산소종이라고 부르는 동목관흥차를 마시고 30년간 발효된 보이차(법국보이차)를 마신다”고 했다.

관련기사









차도 커피처럼 카페인이 있는데 많이 마셔도 되느냐는 지적에 관해서도 답했다. 그는 “차에 있는 카페인은 섭취 후 6시간이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좋은 찻잎으로 만든 차는 오래 둘수록 산화와 발효를 거쳐 풍부한 영양소와 향을 만든다. 물론 냄새와 습기가 배지 않도록 밀봉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며 “차는 보통 5~7회 우려 마시면 되는데 몸의 독소를 씻어 이뇨 작용이 있는 만큼 차를 마신 양만큼 물을 마셔 보충하면 제일 좋다”고 했다.

김 대표는 차는 편하게 마시면 되지만 점차 관심이 생길 경우 다기와 격식을 차리면 더 운치가 있다며 새해 초 서울 종로 인사동 ‘잇다in인사동’에서 ‘티클래스’를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는 윈난성 등 해발 1,600m 이상 천연 원시림 다원에서 100~500년 이상 된 나무의 봄 첫 잎으로 만든다”며 “우리는 이런 천연 원시림 다원이 없어 찻잎을 가져와 한국의 차 문화로 재해석하고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BTS 등 K팝은 물론이고 최근 유튜브에서 대유행 중인 이날치밴드라든지 모두 우리 음악이지만 국악만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천연 원시림의 좋은 찻잎을 활용해 어떻게 우리 것으로 펼쳐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차는 역사적으로 지식인의 벗이었다”며 “조선 시대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차를 구걸하는 글이라는 뜻의 ‘걸명소’를 쓸 정도로 차를 사랑했고 추사 김정희 선생이 귀양살이 중 차를 마시며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의 도공을 대거 끌고 가 수준 높은 도자기를 만들며 유럽에 수출하면서 현지에 일본 문화가 어필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차 문화를 연구하다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커져 우리 고대 문명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치우천황이나 홍산문명이라는 우리 고대 문명이 단군조선 이전 유물이나 사서삼경·노자·장자 등 경전에 구석구석 흔적이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전에서 주를 넘어 소까지 파고들면 이미 지워져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의 문명과 역사를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며 “실증주의만을 고집하거나 아예 우리 고대 문명 연구를 국수주의로 치부하는 비뚤어진 시각도 있는데 차를 마시며 띄엄띄엄 남은 유물과 사료를 바탕으로 직관과 상상력을 통해 씨줄과 날줄을 엮으면 역사의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