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PVC 원단을 만드는 A사는 요즘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전만 해도 자투리 PVC 원단이 전기 장판을 만드는 데 재활용돼 폐기물 처리가 손쉬웠는데, 1년 전부터 환경 규정 강화로 재활용이 안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회사의 임원은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소각 시에 고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수거 자체를 꺼리면서 버리지 못한 폐기물이 쌓이고 있다"며 “수거업체들이 돈이 안되기 때문에 폐기물을 거들떠 보지도 않아 단속이라도 뜨면 고스란히 과태료를 물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1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로 속앓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각종 환경 규정 강화로 재활용이 안되고 아예 소각해야 하는 품목이 부쩍 많아진 반면 폐기물 처리업체는 구조조정 등으로 많이 줄어들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경기도의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폐기물이 시장 수요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돈을 줘도 안 가져간다”며 “기업들이 폐기물을 버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폐기물이 넘쳐나면서 불법 소각 업체도 암암리에 자꾸 생기는 추세”라며 “최근에도 인근 기업이 폐기물을 비용을 지불해서 소각업체에 넘겼는데 그 업체가 정식으로 허가 받지 않은 업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하더라”며 “이런 업체의 경우 나중에 발각되면 벌금을 물어야 돼 이중으로 덤터기를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폐기물 급증은 중국이 이물질이 많이 묻은 한국산 폐비닐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 수거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이제는 유럽에서만 폐비닐 등을 수입하면서 폐기물 처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제2의 의성의 쓰레기산 사태가 또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쪽에서는 폐기물을 버리지 못해 난리이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사정이 완전 딴판이다.
시멘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로 사용 가능한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석회석 부원료 등으로 쓰이는 주물사 폐기물 등은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인천에서 폐기물 수거 사업을 하는 한 업체 대표는 “시멘트 업체가 사주는 폐기물의 경우 나오는 족족 팔려 ‘없어서 못 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표 시멘트 업체인 쌍용양회의 경우 내년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의 유연탄 대체 비율을 현재의 두배 수준이 넘는 50%까지 올린다는 목표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도 순환자원의 유연탄 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2023년까지 최대 6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시설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순환자원 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정은 갈수록 강화하면서 폐기물 수거 업체에 대한 지원에는 무심한 정책도 문제”라며 “정부가 폐기물 수거·소각 업체에 대한 시설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