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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칩 부족에 “삼성 등 오라”지만…美 이어 굳이 유럽에도 지을까

[글로벌w] EU “반도체 공장 유치” 뒤늦은 러브콜

“유럽 반도체 생산 비중

2030년 20%, 2배로 확대”

집행위 원대한 목표 제시

공장 분산땐 시너지효과↓

세금 등 파격 혜택 제시해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티에리 브르통 내부 시장 담당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티에리 브르통 내부 시장 담당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세기 국제정치의 화약고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를 만드는 대만(TSMC)과 한국(삼성전자(005930))이 포함된 동아시아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 칩이 산업의 쌀이 되면서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일까. 미국에 이어 이제는 유럽도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더 만들겠다고 나섰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의 반도체 생산을 글로벌 비중의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EU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근 10년 만에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최근의 자동차 칩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 공장을 유럽에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유럽 국가들이 반도체 선진 기술을 가졌음에도 생산량에서는 매우 부족한 역설적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럽이 전통적으로 강한 차량용 반도체는 물론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에 들어갈 첨단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도 나서겠다는 게 EU의 계획이다. 티에리 브르통 내부 시장 담당 EU 집행위원은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등에 점차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반드시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자동차 칩 부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 등은 칩이 없어 자동차 생산을 줄이고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출 정도다. 차량용 칩을 설계하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유럽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의 물량을 TSMC·삼성·UMC 등에 맡기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가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EU 집행위의 청사진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이런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데 있다. 당장 5나노(㎚·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삼성과 TSMC뿐이다. 그런데 TSMC는 이미 애리조나주에 5나노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도 미국행이 거의 결정된 상태다. 실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100일간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반도체의 자국 생산을 확대하려는 행보다. TSMC·삼성 입장에서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또 유럽에 공장을 두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한 곳에 생산 시설이 집중돼야 시너지도 더 나게 마련이다. 세금 감면, 파격적인 전력·용수 지원 등의 혜택이 제시되더라도 유럽에 새 생산 기지를 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U의 목표는 그야말로 바람일 뿐이라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EU가 반도체 공급망을 정비하는 데 수십억 유로를 투자할 의향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상당한 리스크와 비용이 수반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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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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