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단독]손정의, 야놀자에 1조 쏜다

기업가치 10조 인정, 2년새 7배 ↑

2년 뒤 나스닥 상장 추진

M&A·동남아 진출 활용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숙박·레저 플랫폼 야놀자에 대한 1조 185억 원의 투자를 확정했다. 쿠팡(30억 달러), 자막·더빙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아이유노미디어(1억 6,000만 달러), 교육용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이드(1억 7,500만 달러)에 이은 비전펀드의 네 번째 국내 기업 단독 투자다. 야놀자는 이르면 2년 뒤 뉴욕 나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다음 주 1조 185억 원을 투자해 야놀자 지분 10%를 가져가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는다. 구주 인수와 신주 발행 형태다. 비전펀드는 지난 5월 협상에 들어가 투자의 종지부를 찍었다. 야놀자는 기업가치 10조 원을 넘기면서 데카콘(기업가치 11조 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이 됐다. 직전 투자 유치를 받았던 2019년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원으로 인정됐는데 2년 만에 7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숙박·레저 시설 예약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객실 예약 관리 시스템 분야의 성장도 돋보인다. 야놀자는 2019년 객실 예약 관리 시스템 분야 점유율 2위인 인도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면서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했다. 객실 예약 시스템의 경우 전 세계 170국, 2만 6,000여 고객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1,920억 원, 영업이익 161억 원의 실적을 냈다.

야놀자는 투자 유치금으로 추가 인수합병(M&A)을 실시해 사업 다각화는 물론 상장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쿠팡처럼 국내 시장 대신 미국 시장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 시점은 2년 정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 이젠 IPO…뉴욕行 열차 탈수 있을까

트랩어드바이저 등 경쟁자 대비 매출 뒤져

테크기업으로 설정해 직접 경쟁 피해



개인에는 슈퍼앱 기업에는 클라우드 전략으로 성장성 강조





야놀자가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으면서 뉴욕 상장(IPO)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소프트뱅크는 자신이 매긴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미래 가치를 설득하기 좋은 뉴욕 나스닥 상장을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야놀자가 제2의 쿠팡이 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야놀자는 주요 시장이 국내에 한정됐고 글로벌에는 더 큰 경쟁자들이 많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 추진이 기정사실처럼 됐지만 실제로 성사되려면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계기로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 추진은 구체화하고 있다. 야놀자의 해외 투자 유치를 주선했던 모건스탠리 등 해외 IB도 상장 주관사 지위를 따내기 위해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말 기준 이제 막 영업 적자에서 벗어났다. 이 상태로는 국내에서 1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야놀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인 유니콘이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야놀자는 지난 2020년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지만 뉴욕 상장이 가시화되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

나스닥 상장은 적자 회사여도 가능하지만 업계를 혁신하는 1위 사업자여야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단순한 온라인여행사(OTA)모델로는 매출 3,000억 원의 야놀자보다 덩치가 큰 익스피디아그룹(8조 원), 트립어드바이저(1조 원)에 밀린다. 이 때문에 야놀자는 최근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존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는, 테크 기업으로 설정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아마존과 오라클을 거론한다. 일반 고객에는 ‘슈퍼앱’ 전략, 기업 고객에는 클라우드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도 내걸었다.

야놀자는 연구개발(R&D) 인재를 300명 이상 채용하고 전체 임직원의 70% 이상을 R&D 인재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도 글로벌 온라인 여행 업계에서 가장 높은 40%가 R&D 인력이다.

최근에는 별도 법인 야놀자클라우드를 출범하고 국내외 숙박 플랫폼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호텔의 일부 데이터를 야놀자가 맡아 예약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호텔 운영 전체를 야놀자클라우드로 연계해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테크 기업으로서 행보는 일반 고객의 모든 여가 활동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끌어들이는 슈퍼앱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숙박·항공·레저·맛집 등 모든 활동을 하나의 앱에서 이용하면 각종 포인트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다.

실탄을 두둑하게 채운 야놀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특급 호텔과 레스토랑 예약플랫폼인 데일리호텔을 인수하고 쿠팡이츠와 제휴하며 코로나19 국면에서 타격을 피했다. 객실 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 1위 기업 가람과 씨리얼,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를 품으며 클라우드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야놀자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관련 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자금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하는 만큼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는 야놀자가 상당한 우위에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는 데 그치고 해외 확장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해외 투자자의 환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세원 강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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