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부모님을 생각하면 갑갑해지는 당신에게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

차이자펀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요즘 아버지 돌보는 일이 점점 힘들어져요. 뭘 어떻게 해드려도 화를 내세요”



“걸핏하면 ‘내가 죽어야지’라고 말하세요. 저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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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사회가 되면서 ‘돌봄’은 사회와 개인에게 부담이 큰 과제가 됐다. 경제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돌봄은 부모와 자녀 양측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다. 보호자였던 부모는 어느새 보호 대상이 되면서 우울함을 느끼고, 자식은 부모의 보호자 역할을 맡게 된 후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린다. 특히 든든한 나무 같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점점 약해지고 고집스러워지는 부모가 자식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문제로 부모 자식 관계가 심하게 삐걱거린다.

대만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는 저서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를 통해 돌봄을 주고 받는 이들 사이의 관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매달 1,000명이 넘는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의사 차이자펀은 이런 관점에서 의학과 심리학을 겸비한 돌봄 가이드를 마련해 책으로 엮었다.

차이자펀은 그간 만났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알고 싶어 했던 질문 27가지를 선별했다. 책은 1부 자녀 편과 2부 부모 편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엔 자녀들이 흔히 갖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담았다. 예를 들어 ‘점점 고집이 세지는 부모님,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대뇌 노화 탓에 심리적 유연성이 감퇴하기 때문이라는 의학적 답변과 함께 노인들을 도울 때는 완곡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여지를 여러 개 남겨두면 긴장 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준다. 또 정신과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노인에게는 정신과와 다른 진료를 동시에 보게 하는 ‘1+1’ 방식을 택하고, 비슷한 증상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사례를 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해주라고 조언한다.

2부 부모 편에는 노인이 된 부모들이 갖는 불안감을 완화해주는 답들을 정리했다. 산처럼 쌓인 건강 보조제가 괜찮은 지, 만성질환자일 경우 스스로 어떻게 돌봐야 할 지 등을 말해준다.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중년의 변화를 거쳐 노년에 이른다”며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늙어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응원한다. 1만5,800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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