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정지선 '고급화' 통했다…한섬 역대최대 실적

매출 1.3조·영업익률 무려 10%대

할인 않고 '프리미엄 이미지' 지켜

현대百그룹 편입후 10년간 3배 성장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020000)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와 고가 브랜드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린 효과다. 특히 수입 패션보다 자체 브랜드에 힘을 쏟으면서 패션 대기업 중 유일하게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이 1조 38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고 8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1% 급증한 1522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101억 원으로 30.6% 늘었다. 한섬 관계자는 "소비심리 회복 효과로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타임과 랑방컬렉션, 타임옴므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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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지 약 10년 만에 몸집을 3배 이상 키우는데 성공했다. 2012년 한섬의 매출은 4963억 원이었다. 타임·마인·시스템·SJSJ 등 알짜 브랜드로 실속도 챙겼다. 2017년 7%에 불과했던 한섬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8.5%로 상승한 뒤 지난해 10.9%를 기록해 10%대 고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경쟁사인 삼성물산 패션과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지난해 5~8%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섬의 성장 배경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꾸준한 고급화 전략이 있다. 정 회장은 백화점은 물론 온라인몰에서도 할인정책을 지양하는 '노(NO)세일' 전략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할인 공세보다 옷의 질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타임·마인·시스템은 백화점 여성복 카테고리에서 해외명품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자체 소속 디자이너 규모도 200여 명에서 500여 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는 국내 패션업체 중 최대 규모다.

온라인 사업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섬의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더한섬닷컴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가량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랑방컬렉션의 시즌 한정 제품을 더한섬닷컴에서 단독 판매하는 등 시너지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을 대거 유입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명 수입 브랜드 없이도 자사몰이 커진건 그만큼 충성 고객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해외 패션 브랜드 강화에 나선다. 그동안 국내 자체 브랜드들이 약진했지만, 아미와 메종키츠네 등 해외 브랜드 없이는 '큰 손' MZ세대를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패션본부를 부문으로 격상시켰다. 키는 삼성물산 출신인 박철규 사장이 잡았다. 박 사장은 삼성물산 재직 당시 파리와 밀라노 지사 주재원을 거친 해외패션 전문가로, 지난해 삼성물산에 영입됐다. 아울러 지난해 론칭한 고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면세점 입점 등을 통해 토탈 라이프스타일 케어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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