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처럼 김민석(성남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선사한 첫 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빙속) 대표팀에 비타민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한국 빙속의 첫 테이프를 기분 좋게 끊어주면서 뒤에 나올 선후배들이 부담은 덜고 자신감은 높일 수 있게 됐다.
빙속은 정해진 길을 타고 묵묵히 자기 레이스만 펼치면 되는 종목이다. 쇼트트랙처럼 상대의 못된 의도를 견제할 필요가 없고 심판 개입 여지도 적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스트레스가 덜하다.
남자 1500m 동메달의 김민석에 이어 한국은 12일 남자 500m의 차민규(의정부시청)와 김준호(강원도청), 19일 남자 매스스타트의 정재원(의정부시청)과 이승훈(IHQ), 여자 매스스타트의 김보름(강원도청) 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차민규는 4년 전 평창 올림픽 500m 은메달리스트다. 시즌 랭킹 9위로 출전해 깜짝 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의 노르웨이 선수와 단 0.01초 차였다. 올 시즌은 월드컵 최고 성적이 7위일 정도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두 번째 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깜짝 메달에 도전한다.
정재원은 평창 매스스타트에서 바람막이의 임무를 띤 페이스 메이커 역할로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다. 이번에는 시즌 랭킹 4위로서 당당히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장을 내민다.
김민석은 13일 팀 추월, 18일 1000m에도 나간다. 평창에서 팀 추월 은메달을 합작했던 이승훈·정재원과 다시 발을 맞춘다. 세 차례 올림픽에서 금 2, 은 3개를 수집한 베테랑 이승훈은 메달을 또 보태면 한국 선수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쓴다. 현재 여자 쇼트트랙 전이경·박승희와 동률이다. 지난 2019년 후배 폭행으로 출전 정지 1년의 징계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선 올림픽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평창 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의 김보름(강원도청)은 19일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린다. 평창 때 김보름과 접전 끝에 동메달에 만족한 이레너 스하우턴(네덜란드)이 경계 대상이다. 스하우턴은 5일 여자 3000m에서 20년 묵은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하는 등 기세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