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 공약, 공수표 그쳐선 안돼

이완기 성장기업부 기자


“첫째 아들이 다섯 살 때 배우지 않은 한글을 읽었어.” 한 중년 남성이 청년을 앞에 두고 뜬금없이 자식 자랑을 시작한다. 역경을 이겨낸 본인 영웅담, ‘삼전’을 나와 차렸다는 회사 연대기 등 여러 주제를 이어가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케이, 합격.” 도무지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이곳, 웹 드라마 ‘좋좋소’의 주 배경인 한 중소기업의 면접장이다. ‘좋좋소’는 이런 황당한 면접처럼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씁쓸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담아내 최근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콘텐츠다.

불편해 하는 시선도 있다. 부풀려진 이야기로 중소기업이 가진 ‘나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드라마는 중소기업은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대신 중소기업은 우리 대부분의 일상이자 현실이라는 공감의 목소리가 곳곳에 깔려 있다. 영상마다 응원성 댓글이 수천 개씩 따라 붙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99·83’이란 말이 있다. 한국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전체 종사자 가운데 83%가 중소기업에 근무한다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대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는 소수에 그친다는 얘기다. 그만큼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현실과 같다.



다만 문제는 이런 중소기업이 척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체 매출은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의 57.3%는 소수의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몫은 약 25% 수준이다. 이에 투자 등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인재들도 중소기업을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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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극화 문제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관련 기업 절반 가까이가 ‘코로나19’ 이후 균형추가 더 기울어졌다고 판단하며 불공정 해소를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차기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선거 국면에서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제안하지 않은 이가 없다. 이번만이라도 공약이 빈말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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