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美 긴축, 오미크론보다 큰 충격"…洪, 한은에 국채 매입 SOS

[인플레發 채권시장 쇼크]

추경 증액 등 국내외 리스크 커져

대책회의 열고 시장안정 조치 시행

24일 금통위서 물가전망 상향 유력

금리인상 속도 더 빨라질 가능성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요구로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고채 추가 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오는 2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올리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재정·금융 당국 수장들과 만나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내외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한은은 이와는 별도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도 열어 미 국채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시장은 미국의 지난 1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7.3%)를 뛰어넘는 7.5%를 기록한 데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를 돌파하는 등 충격이 나타났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채금리와 환율 등 시장 불안이 감지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어 출발했으나 장중 상승 폭을 축소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2원 오른 1198원 5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우려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개시 시점과 속도 등 불확실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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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은은 최근 상승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국채금리를 안정화하기 위해 국고채 추가 단순 매입과 함께 통화안정증권 월별 발행 물량 조절 등을 적기에 추진하기로 했다. 7일 2조 원 규모의 국고채를 단순 매입했으나 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이다. 정부 역시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분을 최대한 균등 발행하기로 했다. 이 부총재는 “관련 부서는 비상 계획을 점검하고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변동할 경우 필요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점차 확대되면서 한은이 24일 금융통화위 정례회의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물가 전망치를 2.0%에서 2.0%대로 수정한 데 이어 다시 2.0%대 중후반으로 매달 고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이 물가 예측에 번번이 실패하자 금통위원이 나서서 물가 전망치를 더 높여 잡으라고 지적할 정도다. 노무라증권도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하겠지만 국제 유가, 공급망 병목 등을 근거로 물가 전망치를 2% 중반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 기준금리 인상 행보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서라도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변수는 경기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중국 경제 둔화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세가 받쳐주지 않으면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도리어 침체가 올 수 있는 만큼 금통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 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금리 조절만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근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2022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국내 금리 변경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 변경을 통한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은 미국보다 훨씬 난해한 문제”라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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