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명] 섬뜩한 경고들…대선 후가 더 두렵다

◆이철균 정치부장

대권 꿈 품고 22일간 대장정 시작

쌍둥이적자 등 나라 안팎 경고음속

대선판은 돈 퍼붓는 포퓰리즘 난무

선거 직후 가동할 '워룸'부터 만들길

이철균 정치부장이철균 정치부장




대권을 향한 22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별의 순간이 한 발 더 다가온 유력 후보들은 긴장 혹은 설렘도 가득할 듯싶다. 다만 그 두근거림도 잠시다. 시작 시점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짧은 환호 뒤 긴 탄식으로 업무를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나라 안팎의 현실은 대통령 후보로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악재가 몰려오고 있는 탓이다. 불가항력부터 스스로가 자초한 것들도 있다. 군중의 환호에 취하는 순간, 나락은 바로 앞이다.

경제지표를 보면 경고음은 확연하다. 경제 주체들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다. 2개월 연속(12월·1월) 무역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후 14년 만이다. 마지막 보루, 재정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적자의 폭만 커졌다. 통합 재정수지 적자는 100조 원(2021년)에 육박한다. 관료나 경제학자들이 가장 꺼리는 ‘쌍둥이 적자’가 우리 경제지표에 다시 등장했다.



살림살이는 또 어떤가. 1월 소비자물가는 3.6%가 뛰었다. 세금은 소득 증가보다 더 빠르다. 근로자의 월급은 5년간(2016~2021년) 17.6% 늘어난 반면 세금(사회보험료 포함)은 39.4%나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도 삶이 팍팍한 이유다. 기업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업이 낸 법인세는 70조 3963억 원으로 전망치보다 17조 790억 원이 늘었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더 걷힌 세금의 95%는 상위 10대 그룹의 몫(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이었다. 윗목은 여전히 차갑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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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톤급의 외부 충격파도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긴축이다. 세계의 큰 경제위기는 대체로 미국이 원인을 제공하고는 했다. 자국의 경제난 해소를 위해 막대한 달러를 풀고 그 돈을 다시 회수할 때 신흥국을 중심으로 큰 위기가 터졌다. 1997년 환란이 그랬고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미국의 달러가 원흉이었다. 더욱이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높은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5%나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심지어 연준이 3월부터 12월까지 일곱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미국의 가파른 긴축은 신흥국 등의 발작이 뒤따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환율과 채권 금리가 지난주 크게 출렁였다. BBB- 등급의 회사채 금리가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9%에 근접하면서 일부 기업은 회사채 발행도 중단했다. 이뿐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등 우리 경제의 기초를 흔들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경제 주체들이 좀처럼 보고 싶지 않은 장면도 오랜만에 나왔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 당국 수장의 만남이 그것이다. 좋지 않은 신호들이 외환·금융 부문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도 금융·실물을 흔들 대형 악재다.

대한민국 5년을 이끌겠다는 유력 대권 후보들은 현재 상황을 적확하게 진단하고 있을까. 내놓은 공약, 발언 등을 놓고 보면 딴 나라 세상이다. 수조~십수조 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고 있다. 현금성 지원 공약은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200조 원 안팎이다. GTX 등 각종 개발 공약은 비용 연산도 어렵다. 후보들에게는 표만 보일 뿐 재원은 고려 대상도 아니다. 심지어 미래 세대를 위해 미래의 부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오죽하면 경제학자들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착한 빚 논리는 허구인 만큼 재정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경고하고 나섰을까.

터지기 전의 둑은 손으로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터져버린 둑은 수천, 수만 배의 힘이 필요하다. 위기의 징후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감각이 무뎌졌다. 대선 주자일지라도 대선 이후를 고려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이라도 ‘워룸’을 준비해 오는 3월 이후의 위기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하면 넘친다고 하지만 위기 대응은 과해도 모자라다. 1997년 환란의 수모를 겪은 뒤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평범한 진리다.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 운동 돌입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마당에 설치 중인 선거 홍보 조형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이호재기자제20대 대선 공식 선거 운동 돌입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마당에 설치 중인 선거 홍보 조형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이호재기자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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