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워리스크'에 공포지수 이달 최고…"인플레 압박땐 증시 추가 하락"

[러, 우크라 돈바스 침공…글로벌 금융시장 또 털썩]

위험 자산 회피 심리 급속 팽창에

코스피 '2700선' 간신히 지켜내

亞 주요 증시도 모두 1~2%대 낙폭

"지정학리스크 단기충격 되겠지만

원자재 등 물가변동성은 무시 못해

전세계 금융시장 추가 충격 불가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미국의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되며 러시아·유럽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일제히 하락장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미러 갈등이 실제 전면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기에 일시적·단기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규모가 커질 경우 에너지·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 증시의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쟁 위협에 글로벌 자금 증시 이탈…세계 증시 휘청=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01포인트(-1.35%) 내린 2706.79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국면이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14일(-1.57%)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날 코스피는 2700선을 간신히 지켜냈지만 장중 2690 선까지 떨어지며 변동성을 2% 가까이 키웠다. 실제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변심을 확인했던 27일(27.9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일 대비 16.14포인트(-1.83%) 하락한 868.11로 3거래일 만에 약세 전환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역시 일제히 추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7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6%), 홍콩 항셍지수(-2.82%) 등 아시아 주요 증시 지표가 모두 1~2%대의 낙폭을 보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러시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확산되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폭풍 전야가 아닌 폭풍 속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전망”이라고 했다.



◇"전면전 가능성 적어…인플레이션 압력은 부담"=증권가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외교 협상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등 전면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과 테러 등 지정학적 이벤트가 발생했을 당시의 코스피 변화를 살펴보면 9·11 테러나 걸프전 등을 제외한 대부분 이벤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지속성도 짧았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우크라이나 지역의 분리 독립 선언과 러시아 군 진출이라는 패턴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와 유사하다”며 “당시 한국 코스피는 2주간 -3%의 변동률을 보였고 미국 S&P500은 1주일간 -2%의 조정을 받았으며 이번에도 교전 혹은 무력 분쟁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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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방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증시가 또 한 차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매수 기회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며 “하루 천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갈등 국면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1%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비중은 4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역시 옥수수 등 농산물의 전 세계 수출 비중이 10% 이상을 차지한다. 갈등 상황이 확전 양상으로 이어져 경제적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경우 당초 올 상반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플레이션 국면이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지역 내 군사적 충돌 시 해당 지역 내 원자재 공급의 절반가량이 축소되고 세계 에너지 및 곡물 수출의 5~10% 수준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반도체 원료용 희귀 금속 수급 교란, 현지 공장 가동 차질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까지 변동장…러펀드 투자자 ‘암울’=전문가들은 3월 말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증시가 변동 폭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우리 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개의 축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러시아와 서방국가의 충돌 상황이 해소 물꼬를 터야만 추세 개선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 갈등 양상이나 미국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 판단이 설 수 있는 시기를 3월 말 정도로 보고 있다”며 “그 이전까지 공포 극대화에 의한 시장 급락 역시 불가피해 코스피가 2500~2600선에서 바닥을 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중심인 러시아 금융시장은 주식·채권·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며 큰 혼란에 빠졌다. 루블화로 표시되는 모엑스(MOEX) 지수는 하루 만에 10.5% 급락하며 크림 위기 당시인 2014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루블 환율은 달러당 80루블에 육박하며 루블화 가치 역시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러시아에 직접 손을 뻗었던 국내 투자자들은 피해 역시 막심해졌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내 러시아 주식형 펀드 규모는 1550억 원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은 -8.2%다. 전쟁 공포가 커진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4.1% 하락했다.


김경미 기자·정혜진 기자·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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