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차갑게 얼어붙었던 증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개전 양상이 뚜렷해지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 2월의 마지막 주말 미국·유럽이 러시아를 국제금융 체계에서 고립시키기로 하는 강력한 제재를 결정하며 세계 경제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3월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 장이 펼쳐질 수 있다며 위험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꾸릴 것을 조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5일 열리는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9일 예정된 대통령선거는 코스피 반등의 변곡점이 될 수 있으니 증시 이탈보다는 수혜 기업에 주목하는 전략을 권하고 있다.
◇‘W리스크’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연준 긴축 행보에 촉각=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국내 증시는 크게 4가지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변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 그리고 러시아의 폭주를 막기 위한 미·유럽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의 강도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서방국가’의 구도로 정치·경제적 전면전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 병목 현상과 에너지난이 더욱 악화돼 세계 물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전면전이 현실화해 글로벌 경기 침체(Recession)가 연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의 과민반응이 추세화할 개연성은 낮다”면서도 “러시아 리스크는 관련 뉴스의 흐름에 따라 시장이 일희일비하는 과정을 거쳐 일시적으로는 지수 전망의 하단(2600)을 넘어서는 심리적 언더슈팅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증권사들의 3월 코스피 전망치는 상단이 대체적으로 2800선으로 제한되는 등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하단 역시 상황이 악화될 경우 2500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신중한 모습이 우세하다.
미국의 긴축 행보도 관심사다. 앞서 우크라이나 악재 이전에도 세계 증시는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내 6번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해왔는데, 앞서간 시장의 우려가 진정될 경우 오히려 진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양회와 대선… 증시 반등 변곡점 될 것”=4일 개막하는 중국 양회와 9일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는 악재 보다는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지난해 각종 규제로 경기 침체 우려에 빠졌던 중국이 3월 양회를 통해 완화된 통화정책과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폐기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방역정책이 완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코로나19 폭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인한 경기 부양은 기대되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대선의 경우 당선인이 결정된 후 새정부 출범 기대감이 부각될 전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환경 산업이 수혜 대상이 될 것이고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건설·원전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또 모든 후보가 공통 공약으로 신산업·신기술 육성 의지를 피력하고 방역 완화 필요성도 동의한 만큼 IT업종과 리오프닝 테마도 선거 이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된 3월 초·중순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3월 중순 이후로의 신중한 접근은 오히려 권고하는 모습이다. 김용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금융투자의 역사를 볼 때 전쟁은 중장기적으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했다”며 “단기 시계는 제한돼도 중장기적으로는 투매보다 보유를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