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 볼모로 CJ택배노조 몽니…불법점거·일탈 계속되자 여론도 싸늘

■상처뿐인 CJ택배노조 파업

택배수요 폭증 연말연시 파업 강행

물류 지연·본사 점거로 여론 악화

노조 "사측과 협상하겠다" 요구에

CJ "대화상대 아니다" 원칙 고수

불법점거 방치한 공권력에도 비판

대리점과 협상 타결…7일 업무재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파업을 2일 오후 철회했다. 파업 65일 만으로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택배노조원들이 이날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점거 당시 사용한 노상 적치물 등을 정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파업을 2일 오후 철회했다. 파업 65일 만으로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택배노조원들이 이날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점거 당시 사용한 노상 적치물 등을 정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파업을 65일 만에 멈췄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파업은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유독 국민 여론이 싸늘했다. 연말연시 택배 수요가 많은 국민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시작한 데다 협상 당사자인 대리점연합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 대화를 요구하며 본사 사옥 불법 점거와 술자리 등 일탈까지 일삼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노조의 파업에 기업은 항상 속수무책이라는 기존 파업의 전형적인 구태도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택배노조의 불법과 불법을 방치한 공권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당한 파업도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응할 수 없는 상대에 대화 요구한 택배노조=택배노조는 2일 CJ대한통택배대리점연합과 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원들은 오는 7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택배노조는 입장문에서 “싸우는 과정(파업·점거 등)에서 부족한 모습과 많은 불편을 끼쳐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택배노조 조합원 1700여 명이 파업을 결의할 당시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법적으로 파업 행위를 신고했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요구 조건도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문제는 대화 상대를 CJ대한통운으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택배 기사의 교섭 상대가 CJ대한통운과 같은 사 측인지, 대리점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자영업자와 같은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의 문제와 얽혀 있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지만 이 판단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택배노조가 대화 상대로 지목한 CJ대한통운이 하루 10억 원가량 파업에 따른 손실을 입으면서도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못한 이유다. 만일 택배노조와 대화에 응했다면 파견법 위반인 데다 사실상 모든 근로 관계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파업 65일째인 2일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과 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직원들이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택배 분류장에서 배달 준비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파업 65일째인 2일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과 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직원들이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택배 분류장에서 배달 준비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CJ 본사 점거부터 여론 악화…공권력 부재는 여전=택배노조의 파업이 불법 성격을 띠게 된 시점은 지난달 10일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하면서다. 진입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점거 이후에도 술자리, 코로나19 확진 등 구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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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CJ대한통운은 점거 조합원들을 경찰에 고소·고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달 22일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출차를 방해한 행위도 이번 파업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 파업으로 인한 배송 차질에서 전체 물류 차질에 대한 우려로 사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파업의 돌파구는 정치권과 CJ대한통운이 아닌 CJ대한통운 대리점이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 대화를 다시 하자고 제안해 본사 점거가 전면 해제됐고 대리점연합이 협상에 나서 파업이 종료됐다.

택배노조 파업의 후유증은 적지 않다. 택배노조가 사실상 협상 대상을 대리점으로 인정한 모양새여서 앞으로 택배 회사와의 파업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택 앞까지 찾아가 요구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의 면담도 결국 실패했다. 게다가 택배노조는 지난해에만 네 번의 파업을 했다. 반복되는 파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택배가 일상이 된 소비자와 배송을 맡긴 자영업자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파업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공권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열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경찰은 노사가 대화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와 같은 관계 부처도 같은 이유로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다. 공권력 부재는 계속 반복돼 왔다. 지난해 8월부터 50여 일간 이어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점거 사태, 같은 해 5월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의 공장 점거 시도 등 기습 파업에서도 공권력의 역할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때도…파업 피로감 높아져=택배노조 파업이 기득권 노조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한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성으로 평가되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전체 근로자의 5.7%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국면에서 전체 노조의 단체 행동을 주도했다. 택배노조를 비롯해 현대제철 점거를 한 금속노조, 지난해 의료 파업을 예고했던 공공운수노조 등이 모두 민주노총 산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번 파업에 대해 많은 국민은 정확하게 이해하기보다 ‘또 파업을 하느냐’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현장의 불만이 파업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도적으로 문제 제기(택배비 인상 배분 등)를 하기 어려운 상황과 시기였다”고 말했다.


양종곤·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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