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러와 정상 무역 관계 종료" vs 푸틴 "철수 외국 기업 자산 압류"

■ 서방-러시아 고강도 제재 맞불

바이든, 원유 금수조치 이어

EU와 공조 최혜국 지위 박탈

경제 제재 수위 높이며 압박

푸틴 '손절기업'에 보복 선언

자산 국유화 방안 등 검토

상품·장비 200여종 반출 중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추가로 고강도 무역 제재에 나서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미중 무역 분쟁 때처럼 러시아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기술과 통신 장비 등 상품 200여 종의 국외 반출을 막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한 외국 기업의 자산 압류를 검토하는 등 잇따른 서방 제재에 ‘맞불’을 놓았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와의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를 종료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PNTR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의회의 정기적 심사 없이 최혜국(MFN·가장 유리한 대우를 받는 상대국) 관세를 적용받는 관계다. PNTR이 박탈되면 미국은 러시아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 또는 쿼터(수입 물량 제한)를 매길 수 있게 된다.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상·하원 모두 러시아에 대한 PNTR 박탈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각종 경제재재로 대(對)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유럽연합(EU)과 공조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러시아의 최혜국 대우 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EU 회원국 및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무역 관계 종식을 촉구하는 주요7개국(G7) 및 EU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러시아는 2019년 기준 미국의 26번째 교역국으로, 양국 교역 규모는 280억 달러(약 34조 5000억 원) 수준이다. PNTR 박탈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반면 EU는 러시아 무역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과 원유 금수 조치 등 서방의 잇따른 고강도 제재를 맞은 러시아가 서방의 최혜국 대우 지위마저 박탈당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FF)는 제재 여파로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소 -15%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도 서방 제재를 ‘경제 전쟁’이라고 부르며 각종 대응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 각료 회의를 열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한 서방 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와 제조업·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수백 개 기업의 러시아 ‘손절’에 대해 보복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외국 출자 비율이 25%를 초과한 기업이 철수한 경우 러시아 정부가 해당 자산을 국유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러시아 기술과 통신·의료·운송·농기계 등 총 200종이 넘는 상품과 장비의 국외 반출은 올해 말까지 중단된다. 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을 뺀 모든 국가가 반출 금지 대상국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영국·호주·일본 등 러시아가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48개국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목재 판매를 금지하고 해당국 선박의 러시아 입항 역시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밖에도 러시아 정부는 제재에 따른 자국의 경제 피해를 고려해 곡물과 설탕 등 식료품과 자동차 등 운송 수단 수출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인 유럽 ‘가스 공급 차단’ 카드는 아직 꺼내 들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가스관 역시 100% 채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