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미중 갈등이 부각되자 홍콩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일부 중국 기업이 퇴출 예비명단에 오르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이에 중국 대형 기술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일제히 급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역시 막심해졌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홍콩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급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6.55포인트(-1.47%) 내린 2만 583.71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2만 79.15까지 내리며 지난 2016년 6월 28일(1만 9898.75) 이후 약 6년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 30종목으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장 중 8.93%까지 낙폭을 키웠고, 홍콩 H지수는 6853.91까지 떨어지며 7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 상품들 역시 급락세를 이어갔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는 전일 대비 3.85% 내린 5745원에 마감했다. KODEX 차이나항셍테크(-3.75%), KINDEX 차이나항셍테크(-4.15%), KBSTAR 차이나항셍테크(-3.60%) 등 역시 최근 6거래일간 연속 약세 마감하며 15%대의 큰 낙폭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우려가 확산되자 외국인 비중이 높은 홍콩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 감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5개 중국 기업의 주식예탁증서(ADR)를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자 제재 공포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당 기업 중 하나인 베이진은 미국 상장 ADR의 상폐 위험에 대해 공시하며 미국 예탁주식을 홍콩 상장 보통주와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부진 역시 증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e커머스 업체 징동은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 순손실은 5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중국 당국의 산업 규제 강화 움직임 역시 플랫폼 기업들의 펀더멘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규제가 구체화되면서 직접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현재 실적 시즌에 진입하면서 홍콩 증시 주요 지수들의 밸류에이션 및 주당순이익(EPS) 레벨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본토 및 홍콩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갈등 확대, 규제 리스크 등 현재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대내외적 불안 요소들이 가까운 시일 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전인대의 부양책에 따른 경기회복과 상장사들의 호실적이 필요하다”며 “향후 경기회복 속도와 기업들의 실적 개선 폭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