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르포] “창고 꽉 차 중고품 더 사지도 못해…우리가 문 닫을판”…고사 위기 황학동 중고시장

학원 가구·주방용품 쏟아지지만

매물 쌓이고 매수 없어 '거래실종'

코로나이후 매출 절반 이하로 '뚝'

황학동 가구업체도 폐업신고 늘어

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 식당용품이 서울시 중구 황학동 중고가구·주방거리 매장 밖으로까지 쌓여있다. 김경택 기자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 식당용품이 서울시 중구 황학동 중고가구·주방거리 매장 밖으로까지 쌓여있다. 김경택 기자




중고용품이 서울시 중구 황학동 중고가구·주방거리 한 업체에 쌓여있다. 이건율 기자중고용품이 서울시 중구 황학동 중고가구·주방거리 한 업체에 쌓여있다. 이건율 기자


“창고가 꽉 차서 이제는 물건을 쌓아놓을 곳도 없네요. 사려는 사람이 아예 없어요.”(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업체 대표 A씨)

“주방물품 중고거래로 평생 먹고 살았는데 주변에서 하나 둘 폐업하니 정말로 착잡합니다.”(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업체 대표 B씨)



최근 서울경제가 찾은 서울시 중구 황학동 가구·주방거리는 중고물품을 청소하는 상인들만 오갈뿐 손님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물품들이 매장 밖까지 쌓여있어 한껏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때 식당이나 카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필수 방문코스였던 황학동 가구·주방거리가 코로나19 이후 고사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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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주방용품점을 운영하는 60대 이모 씨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가게 매출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며 “창업을 하는 사람 자체가 감소하니 자연스럽게 중고 주방용품을 구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황학동에서만 15년째 가구장사를 하고 있는 C씨는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서 가구를 팔려는 사람만 많다”며 “재고는 쌓이는데 팔리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중고매입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학동 가구거리에서 만난 업체 대표들은 식당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배달이나 포장 위주로 전환하면서 중고가구에 대한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을 이용한 직거래가 일상화된 것도 오프라인 중고시장의 매출을 짓누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상인 D씨는 “설사 개업을 준비하려는 사람이 있어도 요즘에는 배달 전문점 등 홀 영업을 줄이려는 추세라 중고거래 업체 입장에서 돈이 안 된다”며 “솔직히 중고물품은 우리 같은 전문업체보다 직거래로 살 경우 더 저렴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황학동 가구업체 가운데 폐업을 신고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중고 가구 거래실종 현상은 비단 식당·카페용품뿐 아니라 학원용 중고가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코로나19로 잦은 휴원 등 온라인 강의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가구거리에서 만난 김모(55) 씨는 “학원 창업 자체가 없으니 일체형 책걸상같은 학원용 중고가구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며 “학원용 중고가구는 대부분 중고매장이 아닌 폐기장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한 폐기물처리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폐원 작업을 할 때 쓸만한 가구를 중고로 매입했지만 이제는 물건이 너무 많아 전량 폐기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업체 상인들은 새 정부가 파격적인 거리두기 완화 정책을 내놓아도 매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황학동에서 30년 이상 일한 E씨는 “상반기에 거리두기가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연말에나 매출이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율 기자·김경택 기자·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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