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흥남철수작전' 영웅 로버트 러니 美제독 별세…향년 94세

한국전쟁 피란민 1만4000명 상선으로 구출

文 대통령 일가도 당시 구출돼 거제도 정착

보훈처 "영웅 잊지 않을 것"조전…추모패 예정

흥남철수작전의 영웅인 고 로버트 러니 미 해군제독의 생전 모습/ 사진제공=국가보훈처흥남철수작전의 영웅인 고 로버트 러니 미 해군제독의 생전 모습/ 사진제공=국가보훈처




한국전쟁의 ‘흥남철수작전’ 당시 1만4000여명의 이북지역 피란민들을 미국 상선에 태워 무사히 구출한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6·25전쟁 당시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해 수많은 피란민의 탈출을 도왔다. 그는 1950년 12월 22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항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과 함께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배에 태우고 출발해 사흘 뒤 경남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항해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로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2월 25일에 도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너무 많은 피란민이 몰려 배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1만 4000여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작전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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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승산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피란민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 문용형씨 일가가 포함돼 있었다. 문씨 일가는 거제도로 피란한 뒤 현지에 정착했고 1953년 문 대통령이 출생했다.

고인은 지난 2020년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와의 인터뷰에서 흥남철수작전에 대해 “날씨는 매우 혹독했고, 적대세력들은 항구의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40만여 명의 연합군을 후송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됭케르크 철수와도 유사한 면이 있었지만, 훨씬 더 성숙했다”며 “피난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매우 침착했다. 진정한 영웅은 한국민이었다. 오히려 승무원들이 한국말 ‘빨리빨리’를 즉석에서 배워 한 명이라도 더 태울 수 있도록 다그쳤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2차 세계대전 및 한국전쟁 참전을 마친 뒤 변호사로 일하며 뉴욕주 해군 방위군으로 계속 복무했다. 그는 생전에 여러 번 방한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발전한 모습에 뿌듯함을 나타냈다. 보훈처는 고인의 유족에게 유엔참전용사 사망시 예우를 위해 수여하는 추모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황기철 처장은 이날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한국의 자유와 평화에 헌신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위로했다. 아울러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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