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정난에 미충원 속출 '이중고'…"수도권大 정원부터 풀어야"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 만들자]

< 7 > 교육 개혁 없인 인재도 없다 -자율로 대학을 춤추게 하자

14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교수 충원 등 투자는 언감생심

반도체 인력 1500명 필요한데

관련 학과 정원은 650여명 불과

대학 운영규정 대폭 개선 절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입학정보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호재 기자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입학정보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호재 기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전국 어디서든 문닫는 대학이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부터 시작된 미충원 불길이 전국 대학으로 옮겨붙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예견된 미래에 미리 대비하지 않은 탓이 크지만 교육 당국도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위기를 심화시켰다. 교육 복지라는 명분으로 등록금을 십수 년째 동결하도록 해 대학들의 투자 의지를 고갈시켰다.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은 “우리 대학들은 자율성이 하나도 없다. 정부가 철저히 통제한다”면서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수 년째 동결된 등록금…교육질 향상은 언감생심=대학들이 신음하는 대표적 규제는 등록금이다. 2000년대 들어 대학 등록금이 크게 오르면서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크게 늘자 정부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통해 국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등록금을 동결하도록 했다.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정책이 14년째 이어지면서 대학 재정난이 심화했다. 재정난을 겪으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수 충원이나 인프라 투자를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존폐 위기에 놓인 대학들이 등록금을 과도하게 올리기 힘든 만큼 최소한의 숨통을 틔워 줄 필요가 있다. 대학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도록 허용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선택을 받도록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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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원 발 묶은 수도권 규제 완화 적극 검토할 때=온라인 학습 시대에 발맞춰 물리적 여건 중심의 대학 설립·운영 규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40년째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 정책도 지방대 지원 강화를 전제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시대에 뒤떨어진 대학 정원 규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은 반도체학과 졸업생이 연간 650여 명에 불과하다. 업계는 연간 1500명 수준의 신규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은 현행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없다.

염재호 태재대학설립추진위원장은 “정부 규제가 심하다 보니 대학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이 똑같을 정도로 자율성이 없다”면서 “국가가 안보를 위해 국방에 투자하듯 미래 지식사회를 선도할 인재 양성 기관인 대학에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되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간섭을 최소화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대학 특성화를 저해하는 획일적인 평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교육분과위원장을 맡았던 나승일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는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은 자율성”이라면서 “대학들의 여건이 좋지 않은데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자율성을 부여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당선인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도 혁신해야…학과 칸막이 허물고 인재 양성 매진=대학에 대한 자율성·지원 확대는 동시에 책무성을 수반한다.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학과·전공을 개편하고 학과 간 칸막이를 허물어 융합·통섭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 연구 기능을 넘어 대학이 창출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다시 대학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선순환도 필요하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조응해 대학 기능과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학습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대학이 평생교육기관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평생 버티기 힘들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대학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 재정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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