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 "자유민주주의 동맹 우선"…전략적 모호성 없는 실용외교로

■단계적 쿼드 가입 시그널

미일 등 4개국과 네트워크 강화

단순 교류 넘어 정식 가입 밑그림

中과는 상호존중 기반한 관계 구축

바이든 5월말께 일본 방문 조율 중

취임 직후 한미정상회담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민의힘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민의힘




“순서를 정하라면 먼저 미국 대통령, 일본 총리,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TV 토론회에서 미국·중국·일본·북한 지도자 중 만날 순위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당선인의 ‘자유민주주의 동맹 중시’라는 외교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난 때였다. 윤 당선인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끝으로 당선 일주일 만에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 국가 정상들과의 통화를 마무리한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통해 신냉전 시대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취임 전 당선인 신분 동안은 미국·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진전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날도 윤 당선인은 지난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 후 엿새 만에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접견 일정을 잡았다. 아이보시 대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당일 만남이 불발됐지만 윤 당선인의 한미일 공조 기조가 잘 나타났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러시아와는 정상 간 통화를 조율하려는 시도 자체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시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축하 전화를 한다면 굳이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은 관례적으로 당선인과는 통화하지 않는다”며 냉소적 태도를 보였다.



이들 국가로의 특사 파견 역시 취임 이후로 미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중국에 미국보다 먼저 특사단을 보낸 것과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중일러 4강 특사를 동시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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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중(反中) 연합이라는 측면에서 윤 당선인의 ‘통화 외교’는 단순히 쿼드 국가와의 교류를 넘어 정식 가입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도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쿼드와 밀접한 공조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쿼드 정식 가입은 윤 당선인의 핵심 외교 공약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이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강화하는 차원이다. 이후 한·쿼드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가면서 정식 가입까지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쿼드 4개국은 지난해 9월 첫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기술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경제안보 분야를 아우르며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쿼드는 조약이나 사무소 등을 두지 않는 비공식 협의체다. 이 때문에 쿼드는 현재 4개국으로 구성되지만 추가적인 참여국 수와 협력 확대 등에 유연성을 갖고 있다. 공식 가입 절차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입을 위해서는 참여하고 있는 기존 국가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이 ‘미일호인’ 4국과 발 빠르게 통화한 것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도 역대 한미정상회담에 비해 빨리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3차 쿼드 4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5월 후반 일본 방문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미국 대통령들이 일본을 찾으면서 한국에 함께 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54일), 박근혜 전 대통령(71일), 문재인 대통령(51일) 등이 취임 후 거의 두 달 만에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르다.

한편 중국은 윤 당선인의 당선 직후부터 한미 동맹 강화 움직임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不)’을 계승하라고 경고했다. 사드 3불이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 동맹’ 등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내세우며 실용 외교를 추구했다. 쿼드 합류에도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쿼드 국가들과 사안별 협력은 모색해나갈 수 있다”며 미온적이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외교 노선을 ‘굴종 외교’로 규정하고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중국이 제1의 무역 대상국이자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있어 주요 이해관계국”이라면서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외교 기조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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