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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섹 블록딜 4차례’…셀트리온 ‘오버행 공포’ 덮치나

■5600억 규모 네 번째 블록딜

테마섹, 블록딜로 2조 5000억어치 매도

‘매도쇼크’ 가능성…기존 주주들 ‘불안’

‘오버행 부담↓·3사 합병’ 모멘텀 되나





셀트리온(068270)그룹이 3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블록딜 쇼크까지 덮치면서 하루만에 시가총액 1조 8000억원이 증발했다. 테마섹이 추가 차익실현을 위해 언제든지 나머지 지분을 팔 수 있다는 오버행(잠재 매도) 우려마저 번지는 모양새다.


셀트리온 덮친 ‘블록딜’…주가 7% 급락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셀트리온은 전일보다 7.18% 내린 16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26억원, 256억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1294억원을 팔아치우며 주가가 주저앉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와 헬트리온제약도 각각 7.08%, 3.43%씩 급락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3대 주주인 테마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하기로 한 여파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230만주, 셀트리온헬스케어 260만주가 블록딜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할인율은 21일 종가의 6∼9%이며 예상 거래금액은 셀트리온 39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블록딜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분간 블록딜 여파로 당분간 수급이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전날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졌다. 셀트리온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테마섹이 투자 기간 별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번 블록딜을 진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테마섹과 같은 장기 우호 주주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은 피투자 기업으로서 아쉬운 일이지만 테마섹이 여전히 5%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는 앞으로도 테마섹과 협력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마섹, 4차례 블록딜로 2조 5000억원 매도






테마섹의 블록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테마섹은 2010년 계열사인 이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셀트리온 보통주 1223만 주를 취득하며 2대 주주(지분 10.13%)에 올랐다. 이후 2013년 6월 442만 주를 장외매수하며 14.90%까지 지분을 늘렸다. 하지만 2018년 3월부터 테마섹은 차익실현을 위한 블록딜에 나선다. 그해 3월 테마섹은 지분 224만주를 7524억원에 처분했으며 같은해 10월에는 362만 5000주를 추가로 매각하며 1조원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2010년 테마섹이 주당 1만 7000원에 셀트리온 주식을 취득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10∼20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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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섹은 2020년 4월 3차 블록딜을 진행하면서 257만주를 처분했다. 이번 진행되는 4차 블록딜까지 마무리되면 테마섹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4.92%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2017년 12.67%에서 5.69%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불안’…매도쇼크 이어질까


테마섹과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라는 셀트리온의 발표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낙관보다 불안이 싹트고 있다. 셀트리온이 분식회계 논란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데다 테마섹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남은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대주주의 블록딜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테마섹이 3차 블록딜을 진행한 시점인 2020년 4월 글로벌 사모펀드 원에쿼티파트너스(OEP)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716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바로 다음달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400만주(약 3500억원)의 블록딜을 진행했다. 2020년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블록딜 쇼크’가 연달아 주가를 덮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셀트리온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주주들의 불안이 더해지고 있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분야의 경쟁은 격해지고 자체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렉키로나)의 수명도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재무제표 이슈가 불거진 이상 기관 투자가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속 팔아야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분식회계 우려 해소로 주가가 반등하면서 매각 적기라는 판단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마섹이 장기투자로 수익을 확보한 만큼 지분을 처분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4% 후반대의 지분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테마섹이 주식을 더 팔 것을 전제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위기는 기회?’…“기업가치 안정화·계열사 합병 모멘텀”


일각에서는 오히려 오버행 부담이 완화됐다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분 5% 미만부터는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던 오버행의 부담도 갈수록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가 안정화되는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통 제약사는 통상 12개월 선행주가수익비율(PER)이 35배에서 40배 사이를 기록하는데 셀트리온이 35배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분석이 해석에 힘을 더한다. 이전처럼 고성장을 이어가지는 못하겠지만, 추후 기업가치가 전보다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셀트리온그룹의 상장 계열사 3사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 연구원은 ”회계 감리 이슈로 인해 사업·경영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합병 추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병이 당장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결정한 800억원(50만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을 마치고 한달이라는 기간이 지나야 합병을 결정할 수 있는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다.


심기문 기자·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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