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北 미사일 징후시 정밀타격"…'킬체인' 언급한 서욱

[국방장관, 이례적 강경 메시지]

레드라인 넘으려는 김정은 시도

최대한 억지하려는 의도로 풀이

육군 미전사·공군 미방사도 확대

유사시 즉각 협력체계 보완 숙제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이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사령관인 박용준 소장에게 부대기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서욱(왼쪽) 국방부 장관이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사령관인 박용준 소장에게 부대기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다시 시작한 데 이어 핵실험 재개 준비 동향까지 보이자 우리 군이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이례적으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냈다. 대한민국 정권 교체기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내외 혼란을 틈타 ‘레드라인’을 넘으려는 김정은 정권의 시도를 최대한 억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리 군은 1일 각각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을 열어 공식 출범시켰다. 미사일전략사령부는 유사시 북한을 첨단 유도무기들로 공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미사일전략사령부의 원류는 노무현 정부가 2006년 9월 출범시킨 육군 유도탄방어사령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미사일사령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이를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재차 확대 개편하면서 ‘전략’이라는 명칭을 새롭게 붙였다. 해외에서는 ‘전략사령부’라는 명칭을 주로 핵미사일 등을 다루는 군 조직에 붙인다. 우리나라는 핵무장을 하고 있지 않지만 유사시 공세적 대북 핵 억제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육군 미사일사령부에 ‘전략’ 명칭을 달아줬다는 얘기다.

가칭 ‘현무 4’로 알려진 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15일 충남 태안 ADD 종합시험장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과학연구소가칭 ‘현무 4’로 알려진 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15일 충남 태안 ADD 종합시험장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과학연구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훈시에서 “(우리 군은)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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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북핵 억제 작전 개념인 ‘핵·WMD대응체계(기존 3축 체계)’ 중에서도 선제적이고 공세적 ‘전략표적타격(〃킬체인)’에 방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공세적 군사 용어 사용을 자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019년 핵실험 유예(핵 모라토리엄)의 일환으로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일부를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서 장관이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 일곱 번째)이 1일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이 끝난 뒤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서욱 국방부 장관(왼쪽 일곱 번째)이 1일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이 끝난 뒤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서 장관은 이어서 열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 훈시에서도 “공중과 우주 영역에서 첨단화·고도화되고 있는 다양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 및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일방어사령부는 전략적·작전적 공중 위협을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복합·광역 다층 미사일 방어 및 지역 방공 임무도 병행한다.

미사일전략사령부와 미사일방어사령부로 육군과 공군의 관련 조직이 확대 개편되면서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사시 불가피하게 자위권 차원에서 대북 타격을 단행할 경우 육군과 공군이 유기적이고 즉각적인 협력을 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작전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미사일 공격 임무와 공역 통제 임무가 육군과 공군으로 나뉘어 있는 점이 합동작전에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임박해 긴급히 해당 발사대를 선제 타격해야 할 경우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쏠지, 인근 전투기로 정밀 폭격할지를 놓고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이 주도권 다툼을 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이때 해당 공역을 비워주는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사일을 쐈다가는 자칫 아군 전투기가 피격당하는 참사도 일어날 수 있어 보다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예상되면서 한국과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외교부는 이날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4일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여타 행정부 인사들을 면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북한의 ICBM 발사 등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향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할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했다. 노 본부장은 2일 출국할 예정이다.


민병권 기자·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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