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이야기꾼' 폴 오스터 산문의 정수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지음, 열린책들 펴냄





‘뉴욕 3부작’ ‘우연의 음악’ ‘4 3 2 1’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써 온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산문집이다. 그가 1967년부터 2020년까지 써 온 에세이, 칼럼, 서문, 비평 45편을 한데 엮었다. 그 동안 오스터를 픽션으로만 만나왔던 독자들에게 작가의 조금 더 솔직한 면모를 전달한다.



독자는 한 작가의 사상이 긴 세월 간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또 어떻게 변하지 않았는지를 그의 글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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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단상을 다룬 글, 서문과 잡문들, 사회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글로 유형들을 구분해서 실어 독자의 편의를 더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2020년 코로나 봉쇄 상황에서 새로 쓴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을 실었다.

오스터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 또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본인의 작품관을 드러낸다. 그는 프란츠 카프카와 크누트 함순의 장편을 거론하며 “굶주림의 예술이 실존의 예술”임을 역설한다. 또 ‘조르주 페렉을 위한 엽서들’에서는 “페렉의 책에서는 세상을 향한 관심과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 다정함이 드러나며, 우리가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무언의 신념이 자리한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세상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아온 오스터는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가감없이 표현한다. ‘악마의 시’로 살해 위협을 받은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글에서 오스터는 “그의 곤경이 곧 나의 곤경”이라며 “작가들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나는 지금까지 쓴 모든 글에서 그 자유를 행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무미아 아부자말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오스터는 그 밖에도 이라크전 시기 부시 정권을 향해 비판의 글을 쓰기도 하고, 주거 불균형에 대해 일갈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50년 된 타자기로 하루 종일 글쓰기에 전념한다는 그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낯선 두 사람이 지극히 친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영원히 아는 사이가 되지 못할 사람들과 평생 대화를 나눠 왔으며, 앞으로도, 숨이 멎는 날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제가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1만 7800원.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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