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지난 7일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적힌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7거래일째 ‘6만전자’에 갇혀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달러에 따른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의 타깃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2분기에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기준 1분기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7조 원, 영업이익 14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 13조 1106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17.8%, 50.3%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1.7% 증가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양호한 메모리 반도체 수급과 원달러 환율 상승, 스마트폰 판매 호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틀 연속 연저점을 새롭게 썼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보다 500원(0.73%) 떨어진 6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월 들어 주가는 2.30%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불확실한 글로벌 거시 환경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장기화에 더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어규진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선단공정 파운드리 수율 이슈,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 우려 및 GOS 성능저하 이슈, TV용 대형 패널 전략 부재 등의 우려감으로 52주 최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불안하니 호실적에도 주가는 부진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매크로 불확실성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감소 우려로 하반기 메모리 가격 반등 지속에 대한 의구심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자가들의 신흥국 주식 매도세가 잦아들지 않는 한 삼성전자의 반등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주가가 2분기에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익 개선세가 뚜렷하고 기존 악재가 2분기 내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날 실적 발표 후에도 NH투자증권(10만 5000원)과 케이프투자증권(10만 5000원), 삼성증권(10만 원), IBK투자증권(10만 원), DB금융투자 (10만 원)는 목표 주가를 유지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주가는 2분기 말부터 반등 추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중반 경영 구조의 변화가 발생한다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주주환원의 강화 및 자사주 매입 재검토’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어 연구원은 “실적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우려감을 해소하고 남을 정도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며 “현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PER 8.8배(2022년 기대치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감은 과하고 주가와 밸류에이션은 싸며 실적은 역대 최저치다”며 “삼성전자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1분기 경영환경을 보면 ‘10만 전자’라는 목표가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디램 시장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고, 디램 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하락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2분기까지 낸드 업황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운호 연구원은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2022년 영업이익은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해 주가 상승 여력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보다 빠른 메모리 가격 반등과 점진적인 파운드리 수율 개선, 부품 내재화를 통한 세트 사업의 원가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향후 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다”며 “매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반등 요인으로는 하반기 메모리 가격 반등 지속에 따른 실적개선과 엑시노스 등 AP 자체 조달비중 확대 및 파운드리 수율 개선을 통한 비메모리 실적회복, 인수합병(M&A)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등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 원에서 9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