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은 지시하자 '초고속 철거'…금강산 골프장 8일만에 사라져

7층 해금강 호텔도 1~3층만 남아

통일부 설명 요구에 北 응답 없어

북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왼쪽부터 4월 1, 9, 10, 11일의 모습. 10일 중심부 건물(왼쪽 붉은 사각형 안)이 사라지고 11일에는 북쪽 2개 동(오른쪽 붉은 사각형 안)이 철거된 모습./연합뉴스북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왼쪽부터 4월 1, 9, 10, 11일의 모습. 10일 중심부 건물(왼쪽 붉은 사각형 안)이 사라지고 11일에는 북쪽 2개 동(오른쪽 붉은 사각형 안)이 철거된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금강산에 위치한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를 8일 만에 모두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9일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17일 촬영 사진을 분석한 결과 리조트 중심부 건물을 포함해 주변의 8개 건물 지붕과 외벽이 모두 철거돼 콘크리트 토대만 남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10일께 리조트의 중심부 건물부터 해체하는 것이 포착된 바 있다.



북한이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보다 먼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던 해금강호텔도 상당 부분 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VOA에 따르면 총 7층 높이였던 해금강호텔은 현재 1~3층가량만 남았다. 호텔 앞면에는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어두운 모습으로 포착됐고 건물 앞 공터에는 건물 해체에 따른 폐기물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빠른 속도라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은 모두 이른 시일 내 모습을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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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골프장은 국내 기업 아난티가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대지 168만 5000㎡(51만 평)를 50년간 재임대해 만든 시설이다. 해금강호텔은 2000년 현대아산이 소유·운영했다. 두 시설 모두 2008년 5월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문을 닫았다.

해체 작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10월 남측 시설 철거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금강산을 시찰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해체에 대한 정부의 설명 요구에도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3월 초부터 해금강호텔에 대한 철거 움직임을 포착하고 면밀히 주시하며 사업자 측과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골프장 시설과 관련해서도 9일께부터 철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설명과 관련 문제의 협의를 재개할 것을 두 차례 요구했지만 북한은 응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과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통일부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의도를 단정하지 않고 북측의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안은 남북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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