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자녀가 미국 뉴저지 아파트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 대여를 가장한 증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총리, 전해철 장관 등도 위장 증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19일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자료에 따르면 후보자의 93년생 장녀와 95년생 차녀는 미국 뉴저지의 아파트를 지난해 8월 구매하였다. 매입 금액은 68만 5,000달러(매입일 기준 약 8억 4백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의 자녀들이 미국 은행의 담보 대출로 약 50만 달러 가량을, 모친인 후보자의 배우자로부터 돈을 빌려 10만 달러(대여일 기준 약 1억 1,700만원)를, 나머지 차액은 근로소득을 통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딸의 금전거래는 대여가 아닌 사실상 증여 행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10만 달러에 대한 차용증은 작성되지 않았다.
앞서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총리, 전해철 장관 등도 대여를 가장한 증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최 의원의 경우 큰 딸이 '부모찬스'로 받은 4억 원으로 강남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감사원장 재직 시절 큰 딸에게 대여한 4억 원의 대여금 이자와 아파트 임대 월세 수입이 공직자 재산신고에 명확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당시 최 의원은 "차용증과 계약서를 다 썼고 이자도 냈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후보자의 장녀가 변제를 한 시점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모녀간 금전거래가 있었던 시기는 2020년 2월인데, 두 딸은 2년 후 이 후보자가 한은 총재 하마평이 오르던 지난 2월에 일부 변제를 했다. 부친의 고위 공직행이 가시화된 직후 급히 일부 변제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우리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부동산 문제이다. 다들 ‘내 집 한 채’ 정도는 언젠가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살아간다”면서 “이 후보자가 서민의 현실을 직시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