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룸은 ‘미션 알람’을 통해 사람들을 아침에 깨우는 기능으로 유명해진 스타트업이다. 딜라이트룸이 선보인 스마트폰용 미션 알람 소프트웨어(앱) 알라미는 알람앱 부분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라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투자 한 푼 받지 않고 100억원대 규모의 매출을 올린 곳으로 더 유명하다. 스타트업과 투자, 뗄레야 뗄 수 없을 듯한 이 두 단어를 떼어버린 딜라이트룸은 누적 투자 유치 금액 ‘0’원, 연매출 약 130억원을 달성한 알람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로 화제를 모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딜라이트룸이 기록한 영업이익은 약 57억원. 2013년 창업 이후 흑자를 놓친 적이 없고 매년 영업이익률이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를 포함한 직원 수가 20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효율이다. 특히 해외에서만 7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12월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T)로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성장 기업’으로 선정됐다.
딜라이트룸의 성장 비결은 다름 아닌 특유의 '미션 알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신재명 대표가 2012년 개발한 ‘알라미’는 특정한 미션을 수행해야만 알람을 끌 수 있는 미션 수행형 알람이다. 스쿼트 20회 하기, 수학 문제 풀기, 화장실 가서 사진 찍기와 같이 사용자가 미리 설정해 둔 미션을 해결해야 알람이 꺼지는 방식이다.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알람이 울릴 수도 있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악마의 앱’으로 불린다. 신 대표는 “아침을 시작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동을 하는 게 하루 전체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알라미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존 알람의 역할을 넘어 아침부터 시작되는 하루 전체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설계해주겠다는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라미는 특히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70여개국에서 알라미를 사용하고 있고 이 중 97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를 합친 누적 다운로드 수만 약 6000만 회, 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약 450만 명에 달한다.
알라미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주된 요인으로는 온라인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바이럴(입소문)’이 꼽힌다. 2012년 8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CNET)'에서 처음 알라미를 소개한 이후 꾸준히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탔고 앱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더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매출 구조는 크게 광고와 구독 모델 두 가지로 나뉜다. 주수익원은 전체 매출의 65%가량을 차지하는 광고 수입이다. 알라미를 사용하다 보면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중간 중간 인앱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나머지 35%의 매출은 구독 모델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2020년 딜라이트룸은 더욱 많은 프리미엄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을 출시했다. 월간 구독자 수는 꾸준히 성장해 현재 7만명 수준까지 올라왔다.
딜라이트룸의 다음 미션은 알라미를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생활 필수 앱’으로 만드는 일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매트리스 업체 ‘삼분의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면 더욱 효과적인 기상 코칭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올 1월에는 사용자의 수면 질과 기상 경험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모닝 웰니스 인덱스(MWI)’ 개발을 목표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전문가인 한양대 고민삼 교수를 연구 책임자로 영입했다. 신 대표는 “개운한 아침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하루를 맞이할 수 있는 ‘웰니스’ 장치로써 알람을 재정의하고 싶다'며 "수면과 기상, 아침 루틴으로 이어지는 각 행동 단계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서비스가 존재하는 어떤 영역으로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