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위험을 감수할 자유와 책임 ?

김경미 증권부 차장





미국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을 이어가면서 ‘서학개미’들의 동향이 요즘 화제다. 특히 ‘야수의 심장’으로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다. 그럴 것이 올 들어 서학개미들은 일명 ‘티큐(TQQQ)’로 불리는 ‘울트라프로 QQQ’ ETF를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샀다. 애플 등 미국 기술주를 담고 있는 나스닥100지수가 오르면 3배 수익률을 얻고 내려도 3배 손실이 나는 아찔한 상품인데 안타깝게도 올해 지수는 18.5%가 떨어졌다. 서학개미들이 올해 두 번째로 많이 산 주식도 3배 레버리지다.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주의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데일리 반도체 불 3X’, 통칭 ‘속슬(SOXL)’이다. 서학개미들은 ‘티큐’와 ‘속슬’을 합쳐 26억 달러(약 3조 1780억 원) 이상을 순매수했고 연초 이후 각각 -48%, -67%씩 추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투자는 분명 무모했던 측면이 있다. 2배도 아니고 3배까지 더 벌겠다는 욕심을 냈다는 점이 탐욕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특히 금융 당국은 국내 시장에서 3배 레버리지 ETF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출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위험하다고 경고까지 했는데 미국 계좌까지 열어 투자하다 손실을 보다니. 그러니 자산운용 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3배 레버리지 상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미국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나서 고위험 투자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조금 불편하다. 투자의 본질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실제로 위험의 크기만큼 수익이 비례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또 우리는 누구나 고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자유가 있고 반대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투자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렇기에 선택에 따른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 되는 곳이 바로 성숙한 자본시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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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보호 아래에서는 좋은 투자자가 되기도 어렵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지를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 큰 손실을 보게 됐다는 태도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초보 투자자로 남게 된다.

심지어 우리 금융시장이 위험에서 완벽하게 격리된 ‘안전지대’인 것도 아니다. 투자금을 마련하고 약간의 교육만 받는다면 누구나 이론상 손실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공매도를 할 수 있고 모든 주식에 대해 약 2.5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차액결제거래(CFD)도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는 물론 금융 당국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다. 실제로 3배 레버리지는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하루 만에 평가 손실 -100%를 보고 청산까지 당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미 숱한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올해에만 3조 원 이상의 외화를 쏟아붓는 상황이다. 상품 자체가 고위험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만 규제한다는 것은 마치 성인인 국내 투자자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성인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고위험을 저위험으로 속여 파는 행위나 금융 사기 등을 적발하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할 일이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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