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운용위원회와 적립금운용계획서(IPS) 도입으로 비로소 누가 진짜 능력 있는 증권사인지 가려질 것입니다.”
최종진(사진)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금본부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산 배분, 상품 제공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보유한 사업자가 주목 받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제도를 채택한 사업장은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꾸려 IPS를 내야 한다. 계획서에는 목표 수익률을 넣도록 했다. 지지부진했던 퇴직연금 수익률을 일깨우기 위한 조치다.
최 본부장은 IPS로 수익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력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분석, 상품 배분을 비롯해 적재적소에 리밸런싱(조정)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200여 명의 퇴직연금 인력 대부분이 IPS 대응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이어 “같은 맥락에서 최고 경영진이 직접 전문 인력 확보에 힘 써달라고 주문했다”며 “회사 차원에서 연금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제도 변화로 인한 컨설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는 대부분 퇴직연금 담당자가 혼자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영했다면 IPS 도입이 의무화되면 각 사업장의 특색에 맞춰 IPS를 제정하기 위한 컨설팅 니즈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월 진행된 비대면 세미나에는 400여 개 법인의 퇴직연금 담당자가 참석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펀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최 본부장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중됐던 DB 적립금 운용 형태가 주간사에 포트폴리오를 자문하거나 맞춤형 펀드(OCIO 펀드)를 설정하는 등 개별 법인에 최적화된 적립금 운용 형태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30여 개 법인, 약 1300억 원가량의 퇴직연금 OCIO 펀드를 설정해 맞춤형 DB 적립금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본부장은 하반기 시행될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할 것으로 봤다. 증권사는 채권형 펀드 등 자산 운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권사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런 움직임에 힘입어 지난해 증권업 최초로 연금 자산 24조 원을 돌파했다. 또한 지난해만 5만여 명의 연금 고객이 미래에셋증권으로 이전하며 1조 4700억 원을 유치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퇴직연금 공시 수익률에서 미래에셋증권은 DC 5.77%, IRP 5.91%로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 상위 10개 사 중 DC·IRP 제도에서 7분기 연속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최 본부장은 “디폴트옵션은 평균 20%대에 불과한 투자 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