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신차 연기·SK온 흑자전환 지연…줄줄이 '축소경영' 돌입

[최악 시나리오 대비…10대 그룹 '컨틴전시 플랜' 가동]

현대차, 공급난에 신규투자 중단

유동성 측면서 손실 최소화 방침

삼성 시스템반도체 강화 절치부심

2분기 3나노제품 세계 첫 양산 목표

롯데는 지주사 앞세워 바이오 투자





국내 주요 그룹의 비상 대응 계획은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고유가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최근 열린 현대차 콘퍼런스콜에서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전사적인 대응과 구매 전략 방향 재설정, 원가 개선 역량 집중 등으로 1분기 실적에서 원가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1분기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도 전년 대비 25% 줄었고 현지 생산과 부품 공급 문제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올해 계획된 투자와 신차 출시 연기도 검토해 유동성 측면에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더구나 중국 봉쇄 장기화로 수출 제품의 수요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내 가전이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 확대를 기대했던 전자 업계는 울상이다. 더구나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부품 조달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LG화학 측은 지난달 진행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오미크론발 중국 록다운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 등 긍정적인 환경이 별로 없다”면서 “하반기에도 고유가에 따른 비용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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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시스템 반도체 등 주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분야마저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배터리 업계에서는 원자재 품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상당하다. 리튬·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급등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아직 적자를 내는 SK온은 올해 4분기로 잡았던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인 전장 사업 또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흑자 전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혀질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TSMC의 글로벌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56%로 오르는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기간 18%에서 올해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를 일축하며 2분기 안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의 3나노 공정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마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사내 임직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작업 중지로 인해 실적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데 러시아 사태로 자재비 및 이자 비용이 증가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2021년 임금 협상을 위한 파업을 13일까지 엿새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추가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작업중지로 연간 추정손실규모는 약 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갈수록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자금 순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 포함) 자산은 885조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5조 원(16.5%)이나 늘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거시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당초보다는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마련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김기혁 기자·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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