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매출 비중 확 줄인 전기·SDI…고객 다변화 '속도전'

◆삼성전자서 홀로서는 계열사들

전기, 2년간 3분의 1 수준 줄여

SDI는 최근 몇년 10%대 유지

의존도 낮춰 사업 지속성 꾀해

호실적 따르며 '성공 변신' 평가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 ‘최대 고객’이었던 삼성전자(005930)의 매출 비중을 줄이고 나섰다. 안정적인 내부 거래처에만 의존도를 높이기보다 매출처를 다변화해 사업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탈(脫)삼성전자’ 행보에 대해서는 최근 우수한 실적이 뒷받침된 덕에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삼성전기(009150)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최근 2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6년 삼성전기 전체 매출 가운데 56.8%를 차지했던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2019년까지 40%대를 유지하다 2020년 33.7%로 14%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비중이 무려 28.6%로 내려갔다.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3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삼성SDI(006400)도 마찬가지다. 삼성SDI가 사업보고서에 명시한 ‘삼성전자 및 종속회사’와의 매출액 비중은 2015년만 해도 전체의 43.3%에 달했다. 그러다가 이 비중이 이듬해부터 점차 줄더니 최근 몇 년간은 1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종속회사 매출액은 1조 4106억 원으로 전체 매출 13조 5532억 원의 10.4%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삼성전자와의 거래 규모만 비슷하게 유지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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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업을 맺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애플의 매출 비중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2020년(32.5%)보다 2021년(42.0%) 더 늘기는 했지만 이를 견제할 주요 거래선을 하나 더 둔 셈이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고객 다변화를 통한 매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정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 해당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처 다변화는 필수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경계현 당시 삼성전기 대표(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는 “삼성전자 의존도를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이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각 계열사에 ‘자율 경영’을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주요인으로 꼽힌다. 각 사가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수직 계열화 구조를 탈피해 대표이사·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 구조를 개선하면서 거래처도 자연스럽게 다변화됐다는 분석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변신은 실적으로도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거래 규모는 유지하면서 다른 고객처를 적극 발굴한 덕분에 전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삼성전기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삼성전자와의 거래액이 2조 7268억 원, 2조 7685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25%나 늘어 9조 6750억 원에 이르렀다. 삼성SDI도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았던 스마트폰 배터리 외에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호실적이 더해지면서 2017년 6조 원대 매출이 지난해 13조 5532억 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 업계가 호황인 만큼 각 계열사가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라며 “외부 고객 거래 비중을 높이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를 늘리게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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