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Why] 나홀로 상승…2년래 최고치 기록한 루블화 가치

제재에도 '경제 생명줄' 에너지 수요 여전히 탄탄

루블화 결제 늘어나고 외화 유출 통제 정책도 한몫

달러당 환율 64.25루블…우크라 침공 전보다 낮아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신흥국 통화가치가 연일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나 홀로 상승하며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를 비롯한 서방의 고강도 제재가 무색한 분위기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와 동시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환율 방어에 나선 데다 제재 이후에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면서 루블화가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 시간) 루블화 가치가 최근 들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64.25루블에 마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23일(80.99루블)보다 낮고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던 지난달 7일의 114.18루블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 역시 68.24루블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증시도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러시아 증시 중 하나인 러시아증권거래소 상장 종목 중 50개로 구성된 RTS지수(달러화 기준)는 2.7% 올라 1144.0을 기록했다. 모스크바증권거래소(MOEX)지수 역시 (루블화 기준) 1.2% 상승한 2402.0을 나타냈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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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과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는 핵심 원인을 여전한 에너지 수출 호조로 보고 있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두 달간 EU의 러시아산 화석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46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한 반면 세계적으로 원유 값은 뛰면서 총거래액이 늘어난 것이다.

제재가 먹혀들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여전히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연료 금수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지난달 원유·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도 수용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가 헐값으로 러시아 원유를 대량 구매하면서 서방의 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 제재 직후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인상하고 외국인의 유가증권 매도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방의 제재 조치가 갈수록 더해지면서 경제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석탄·천연가스 금수 조치에 이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전략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U는 6개월 내 단계적으로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한 6차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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