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반중 시위 탄압 존리, 94% 지지로 당선…홍콩 공포정치 시작되나

[첫 경찰 출신 행정장관 나왔다]

강경파 등장에 안보강화 지속 전망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 속도 낼듯

경제경험 전무·'제로 코로나' 겹쳐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 약화 우려도

8일 선거를 통해 홍콩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존 리 당선인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8일 선거를 통해 홍콩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존 리 당선인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을 이끌 새로운 행정장관에 단독 출마한 친중 성향의 존 리 후보가 8일 역대 최고인 9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초의 경찰 출신 행정장관의 등장으로 홍콩에서는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위협받는 시민의 자유가 더욱 억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보다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안보를 중시하는 강권 통치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선거에서 리 후보는 1500명 정원(현재 1461명)인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에 단독 출마해 94%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투표율은 97.74%를 기록했다. 리 당선인은 7월 1일 업무를 시작한다.



이전의 홍콩 행정정관들과 달리 리 당선인이 주목되는 것은 경찰 출신이라는 그의 경력 때문이다.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베테랑 행정관료들이 행정장관직을 차지해온 것과 달리 리 당선인은 공직 생활 40년 동안 강력 범죄와 공안 분야를 주로 담당했던 강경파다. 보안장관으로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며 1만여 명을 체포했고 이듬해 6월 발효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 진영의 주요 인사를 포함해 170여 명을 체포했다. 그의 휘하에서 많은 사회단체와 언론사들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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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지난해 6월 경찰 출신으로 첫 정무부총리에 발탁된 데 이어 행정장관에까지 오른 것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통제력을 지닌 그를 절대적으로 신임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직면한 압박이 고조되고 영국과 미국이 홍콩 내 시민의 자유 후퇴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에 맞서 싸울 '스트롱맨'을 골랐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날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리 후보가 높은 득표율로 행정장관에 당선된 것은 홍콩 사회의 높은 공감과 긍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여론은 경험이 풍부하고 실행력이 강한 리 당선인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과정에서 확고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리 당선인은 선거 전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공약하며 중국의 ‘기대’에 부응한 바 있다. 중국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에 최고 무기징역형이 가능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으나 홍콩은 이를 보완할 별도의 법안을 제정하라고 압박해왔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교수는 AFP통신에 "존 리는 향후 5년간 민주적 개혁에 관한 모든 이슈를 기본적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했다"며 "이는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금융 분야의 경험은 없이 보안에만 매진하는 행정장관의 강권 통치로 홍콩의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가 더욱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에서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 금융권의 고급 인력 이탈이 이미 가속화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직원 12%가 퇴사했으며 JP모건에서도 지난해에만 홍콩에서 이사급 20명이 그만뒀다. 이는 홍콩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봉쇄로 가뜩이나 경기회복이 더딘 홍콩에서 리 당선인이 금융·경제 이슈에 대처할 능력을 가졌을지 의심하고 있다. 주홍콩 미국상공회의소의 타라 조지프 전 회장은 "존 리는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첫 번째 홍콩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그를 선택한 것은 홍콩의 안보와 통제가 중국의 우선순위라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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