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전화 한통으로 라이더 안전조치 끝? 고용부 전시행정에 배달업계 부글

現시스템 실시간 조회 못하는데도

"등록때 면허 정지도 확인" 주문

'알아서 하라'식 책임 전가에 분통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배달원 수는 42만 8000명에 달한다./연합뉴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배달원 수는 42만 8000명에 달한다./연합뉴스




“할 수가 없는데 알아서 하랍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생각대로, 바로고 등 음식배달 중개 및 배달대행 업체 12곳은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당혹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배달 라이더 등록 때 업체별로 진행하는 운전면허 유효성 검사를 기존 ‘면허 진위 및 취소 확인’에서 더 나아가 ‘정지 여부’까지 조회해 등록을 제한하라는 내용이었다. 배달 기사의 안전 문제가 부각되자 면허 검사를 더 강화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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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해를 예방한다는 게 노동부의 취지지만, 업체들은 면허가 정지 상태인지에 대한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할뿐더러 이 조치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배달업계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하는 사람, 즉 라이더가 자사 플랫폼에 등록하면 경찰청 교통 민원 24나 도로교통공단의 안전운전 통합민원 홈페이지를 통해 면허 취득 및 취소 여부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 두 시스템으로는 고용부가 추가로 요구한 면허 정지 여부는 파악할 수가 없다. 고용부는 경찰서에서 발급하는 운전경력증명서를 받아 면허 정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만큼 등록을 원하는 라이더에게 증명서를 제출받으라는 입장이지만, 증명서 제출 및 등록 완료 후 면허가 정지·취소되는 경우 업체가 이를 바로 인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배달원 수는 42만 8000명에 달한다. 배달업계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배달원의 면허 상태를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업무를 제한하는 방식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면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도 제공하지 않은 채 ‘알아서 하라’ 식의 주문을 전화 한 통으로 끝내려 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실현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런 노력 없이 업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생색내려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노동 분야에서 과도한 해석으로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이 추진돼 온 측면이 없지 않다”며 “새 정부에서 이런 부분이 여러모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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