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伊 조각聖地에 우뚝 선 대리석 조각…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

■在伊조각가 박은선 인터뷰

미켈란젤로부터 헨리 무어까지 활동한 피에트라산타

조각상·명예시민에 이어 대형 조각 영구 설치 영광

내달 성악가 보첼리 콘서트에 11m 크기 대리석 조각 설치 예정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박은선(왼쪽) 씨와 알베르토 스테파노 조반네티 피에트라산타 시장이 현지 고속도로 교차로에 영구 설치된 박 작가의 11m 대작 ‘무한한 기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박은선 작가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박은선(왼쪽) 씨와 알베르토 스테파노 조반네티 피에트라산타 시장이 현지 고속도로 교차로에 영구 설치된 박 작가의 11m 대작 ‘무한한 기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박은선 작가




“피에트라산타는 예술 국가 이탈리아에서도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특히 선망하는 ‘조각의 성지(聖地)’입니다. 이 도시의 첫인상을 상징하는 고속도로 진입 로터리에 대규모 작품을 세우게 돼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더 좋은 작업을 선보여야겠다는 작가적 자부심이 생깁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유난히 하늘이 푸르렀던 이달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서부 토스카나주의 피에트라산타로 향하는 고속도로 교차로에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대형 대리석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새로 개통한 이곳 고속도로 진입로에 영구 설치된 높이 11m, 무게 22톤의 작품 ‘무한한 기둥(Colonna Infinita)’이다. 이날 제막식의 주인공으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57·사진) 씨는 1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탈리아에 자리 잡고 작업한 지 29년째로, 인생의 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다”면서 “많은 조각가들이 이곳 피에트라산타에 작품을 설치하는 게 희망일 텐데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명 관광지 ‘피사의 사탑’에서 북쪽으로 약 40㎞가량 떨어져 위치한 해안 도시 피에트라산타는 인구 2만 5000명의 소도시다. 질 좋은 대리석 산지 카라라와 인접해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비롯해 20세기의 대가 헨리 무어, 마리노 마리니, 호안 미로 등이 터를 잡고 활동한 곳이다. 지금도 미국의 제프 쿤스나 영국의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등의 현대미술가들이 돌조각만큼은 피에트라산타의 공방을 찾을 정도다. ‘조각 성지’지만 공공장소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는 콜롬비아 태생의 페르난도 보테로, 폴란드 출신의 이고르 미토라이, 벨기에의 장미셸 폴롱 등 소수에 불과하다.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의 현지 고속도로 진입로에 영구 설치된 박은선 작가의 ‘무한한 기둥’을 공개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 제공=박은선 작가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의 현지 고속도로 진입로에 영구 설치된 박은선 작가의 ‘무한한 기둥’을 공개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 제공=박은선 작가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 영구 설치된 박은선 작가의 ‘무한한 기둥’.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 영구 설치된 박은선 작가의 ‘무한한 기둥’.



박 작가는 작품을 설치하게 된 배경에 대해 “2018년에 피에트라산타시(市)가 매년 조각가 한 명을 선정해 시상하는 ‘프라텔리 로셀리’상을 받은 것이 계기”라며 “조각상 수상자의 작품을 도시 공공을 위해 설치하는 선례가 있는데 마침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대규모 로터리가 생겼고 제 작품을 놓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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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태어나 경희대를 졸업한 그는 1993년 조각의 본고장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고 현지에서 활동해왔다. 2009년 피렌체의 마리노마리니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했고 2019년에는 피사와 피렌체 국제공항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스위스·룩셈부르크·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공 미술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조각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피에트라산타 명예시민이 됐다. 동양인으로는 처음, 외국인으로 세 번째였다. 이탈리아 3대 화랑 중 하나인 ‘콘티니갤러리’의 전속 작가이기도 하다.

7월 28일 열리는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대규모 콘서트 무대에서도 박은선 작가의 대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박은선 작가7월 28일 열리는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대규모 콘서트 무대에서도 박은선 작가의 대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박은선 작가


박 작가는 향후 활동과 관련, “지난해 한 전시에서 세계적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시각 장애 때문에) 내 작품을 하나하나 만져가며 감동했던 인연이 전시로 이어져 다음 달 28일 열리는 그의 대규모 콘서트 무대에 11m 크기의 대리석 조각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한국 분들과도 기회가 되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야외에 유일한 조각 작품으로 박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에게 설계를 의뢰해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들어설 ‘인피니또 뮤지엄’에도 그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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