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관계' 2심서도 무죄…"5년 간 고통 받아와"

2018년 1심서 "징역형 처벌은 헌법 위배" 무죄 선고

군인권센터 "수사 지시한 관련자들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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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장교가 민간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1-2형사부(한성진 부장판사)는 23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A씨의 2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군 복무 중이었던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다른 부대 중위와 서로 합의한 상태에서 6차례 유사성행위 또는 성관계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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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심 재판부는 "이 조항을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합의된) 항문성교 등을 금지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올해 4월 대법원도 다른 사건 상고심에서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처럼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도 지난달 25일 열린 A씨의 결심 공판에서 항소 입장을 바꿔 A씨에게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이날 선고 직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5년 간 여러 사람들이 고통 받아왔다. 허탈감이 제일 크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동행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제 책임의 문제가 남았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육군참모총장의 색출 지시, 거기에 편승해 펼쳐진 불법적인 수사 등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7년 4월 장준규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해 총 22명의 성 소수자 군인을 수사했다는 것이 센터 측 주장이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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