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가 패션지 보그의 화보 모델로 나섰다. 보그 우크라이나 독자들은 대부분 응원한다는 분위기지만, 보그 미국 계정에서는 “전쟁 중인 나라에서 뭐하는 거냐”는 지적이 나왔다.
보그는 26일(현지시간) ‘용맹의 초상: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라는 제목의 화보 기사를 공개했다.
화보 속 젤렌스카 여사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우크라이나 대통령궁의 한 계단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같은 배경을 더 넓게 담은 사진에서는 젤렌스카 여사 뒤로 올리브색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 있다. 대통령 부부 주변에 쌓인 먼지 묻은 포대들은 웅장한 분위기의 대통령궁과 대비돼 전시 상황임을 또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젤렌스카 여사는 “내 인생과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몇 달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우크라이나 일부가 러시아군에 점령됐으며 국제적인 관심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에너지 가격은 치솟는 상황을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적인 대답은 아니겠지만 정직하게 말하겠다”며 “가스 가격도 코로나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민간인 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당신의 고향, 당신의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여전히 기름값, 전기요금에 대해 생각하겠느냐”며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화보 촬영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들의 화보를 공개한 보그 우크라이나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우크라이나어로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승리를 향해 가자! 민족에게 영광을! 우리 최고의 대통령”, “저 사진은 젤렌스카 여사의 베스트 사진은 아니지만 현실의 사람들 삶 전체를 반영하고 있다”, “멋진 커플.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양한 국가의 독자들이 보는 보그 미국 계정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앞섰다. 전쟁 중에 굳이 ‘패션 화보’를 찍는 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누리꾼들은 “보그, 넌 날 토하게 만든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통령 부부는 패션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주여, 이 병든 세상에서는 전쟁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